보스니아 축구대표팀, 러시아와 친선전… 선수들 반발

입력 2022-09-10 11:25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 연합뉴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축구 국가대표팀이 오는 11월 러시아 대표팀과 친선 경기를 치르기로 하면서, 보스니아 축구협회를 향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보스니아 축구협회는 9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러시아와 평가전을 치르자는 제안을 수락했다. 경기는 오는 11월 19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개최된다”고 발표했다.

평가전이 열리는 날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 개막 하루 전이다.

보스니아는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책임으로 대회에서 퇴출당했다.

FIFA는 3월 “추가 공지가 있을 때까지 러시아 국가대표팀과 클럽팀의 FIFA 주관 대회 출전을 금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러시아축구협회는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이의를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와의 평가전을 추진하자 보스니아 대표팀 내부에서도 반발이 나왔다. 일부 선수는 경기를 ‘보이콧’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보스니아 매체 드네브니 아바즈에 따르면 대표팀 주장인 에딘 제코(인터 밀란)는 “무고한 이들이 다치고 있는데 경기를 치르는 것은 반대한다. 나는 언제나 평화를 원하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우크라이나인들과 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드필더 미랄렘 퍄니치(샤르자)도 “축구협회는 내게 평가전에 대한 의견을 물었고, 내 생각을 전했다. 하지만 그와는 전혀 다른 결정이 나왔다”며 “좋은 결정이 아니다. 할 말을 잃었다”고 했다.

보스니아 수도 사라예보의 벤자미나 카리치 시장은 SNS를 통해 협회의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오랫동안 침략자들에게 포위당했던 사라예보와 이 시의 시장인 나는 러시아와 친선 경기를 치르기로 한 축구협회의 결정을 강하게 규탄한다”며 “이 결정을 번복하지 않는 한 축구협회와 협력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러시아 대표팀은 지난해 11월 크로아티아와 카타르 월드컵 유럽예선 이후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보스니아가 이번 평가전을 강행한다면 유럽 국가 팀으로는 제재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를 상대하게 된다.

러시아축구협회는 앞서 이달 24일 키르기스스탄, 11월 이란과 평가전을 치르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