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년된 포항의 ‘어머니 교회’도…쑥대밭된 교회들

입력 2022-09-10 09:10 수정 2022-09-10 09:18
경북 영덕의 원황중앙교회의 지붕이 태풍 힌남노 피해로 떨어져 나가 있는 모습. 기독신문 제공

400㎜가 넘는 폭우를 쏟아부은 제11호 태풍 힌남노로 경북 포항에 있는 20여개 교회가 침수 피해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주요 교단 등으로부터 피해가 파악된 곳으로 규모는 더 늘어날 수 있다. 특히 포항 지역에서 처음으로 설립된 ‘어머니 교회’까지 수마를 피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피해 교회는 시 외곽에 위치한 탓에 도움과 관심의 손길이 제대로 미치지 못하고 있어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경북 포항시 남구 대송면의 포항대송교회(김대훈 목사)는 지난 5일부터 이틀간 쏟아진 폭우로 교회 1층이 모두 물에 잠겼다. 이 곳엔 유치부와 청소년부 교육관과 노인 성도들을 위한 소망부 교제실이 모두 침수됐다. 인근에 있는 칠성천이 갑자기 내린 비로 범람하면서 교회 안까지 물이 흘러 들어온 것이다. 1901년 세워진 포항의 모교회인 대송교회 역사상 처음 겪는 물난리였다.

경북 포항의 '어머니 교회'인 대송교회 1층 유치부 실이 침수된 모습. 포항대송교회 제공

김대훈 포항대송교회 목사는 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성도들과 인근 교회, 자원봉사자 분들의 도움으로 집기들과 물을 빼내는 작업은 어느 정도 마쳤다”면서 “우리도 문제지만 노인들이 많은 마을 주택들이 거의 빠짐없이 침수됐다. 그게 더 큰 문제”라고 안타까워했다. 주민들 가운데 교회 성도 80여 가정이 이재민 신세다. 대송교회는 현재 1층을 제외하고 2층 교육관을 마을 주민 120여명의 임시 처소로 제공하고 있다. 피해를 당한 가운데서도 주민들을 위해 교회 공간을 선뜻 내놓은 것이다.

김 목사는 “현재 면사무소에서 수재민들을 위한 도시락을 제공하고 있고 일부 기업과 단체에서 생수 등을 공급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시외곽에 있는 작은 마을이라서인지 피해가 큰데도 도움의 손길이 부족한 것 같다”며 교계와 시만단체의 관심을 호소했다.

대송교회를 비롯해 포항시 남구에 위치한 교회들도 물 폭탄을 피해가지 못했다. 엘림교회(유원식 목사)는 지하에 물이 3m까지 차올랐다. 송동교회(박희영 목사)는 교회 주차장과 지하 전체가 허리까지 침수되기도 했다. 도구제일교회(이종선 목사)의 경우, 교육관과 식당에 이어 교회 지붕까지 물이 차오르기도 했다. 교인 가정 30곳도 침수 피해를 입은 상황이다.

특히 지하주차장 침수 사고로 꽃다운 나이에 목숨을 잃은 김모(15)군과 그의 가족들이 다니고 있는 오천제일교회(박성렬 목사)는 성도를 잃은 슬픔에 침수피해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우수관이 파손되면서 폭우가 건물 안까지 들어와 교육관과 모자실, 본당 일부에도 물이 들어찼다.

경북 포항시 오천제일교회 성도들이 예배당에 들어찬 빗물을 퍼내고 있다. 기독신문 제공

기습적인 폭우 피해 상황속에서도 이웃교회의 발빠른 대응도 눈길을 끌었다. 포항대송교회와 같은 교단(예장통합총회) 소속의 포항동부교회(김영걸 목사)는 지난 6일 오전, 폭우 피해 상황이 심상치 않자 교회 성도 등으로 구성된 재난봉사단원 40여명을 대송면 일대에 급파해 봉사활동을 펼쳤다. 이 봉사단은 예장통합총회가 지난해 처음 조직한 ‘총회 1호 재난봉사단’으로 지역에서 발생한 재난 현장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지역 교회를 중심으로 꾸려진 봉사 기구다.

봉사단원들은 6개조로 나눠 대송교회를 비롯한 대송면 마을 피해주민 가정을 방문해 침수 집기를 빼내고, 가재 도구를 씻고, 정리하는 등 복구 활동에 동참했다. 이튿날에는 포항동부교회 청년부원들이 추가로 봉사활동에 동참했다.

김영걸(가운데) 포항동부교회 목사 등 예장통합총회 재난봉사단원들이 지난 6일 포항대송교회 입구의 진흙을 걷어내고 있다. 총회재난봉사단 제공

예장통합총회의 경우, 지난 7일 기준으로 포항지역 피해 교회만 15곳이다. 예장합동은 7곳으로 피해가 파악된 포항지역 교회만 20여곳이다. 교단을 초월해 포항시 전체적으로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번 태풍으로 사망 9명, 실종 1명, 이재민 1000여명이 발생했다. 도로 및 하천 712건, 산사태 23건, 기타 소규모 1106건 등 1841건의 공공시설이 사라졌다. 또 주택과 상가, 점포 등 총 1만2188건이 침수되거나 유실됐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