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대목’ 지역화폐 운명? 정부 말고 지자체 손에 달렸는데…

입력 2022-09-10 07:00 수정 2022-09-10 07:00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서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에 투입될 국비를 ‘0원’으로 확정한 것과 관련해 지방자치단체들의 반발이 거세다. 일부 지자체는 당장 사업의 존폐를 걱정해야 할 상황에 내몰렸다고 주장한다.

정부 입장은 다르다. 지역화폐 발행은 어디까지나 ‘지역사업’이며, 지역화폐 정책 존속 여부도 각 지자체 판단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애초 지역화폐 발행 국비 지원이 3년 한시 사업이었다는 점도 강조한다.

다만 이와 별개로 지역화폐 국비 지원 예산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은 여전하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부터 지역화폐 정책에 역점을 뒀던 만큼, 거야(巨野)를 중심으로 증액 목소리가 거세게 나올 전망이다.

지역화폐 사업, 누구 소관일까?


10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가 지역화폐에 대해 처음으로 재정지원을 한 것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는 군산·거제 등 고용·산업 위기에 처한 일부 지자체에만 지역화폐 발행을 국비 지원했다.

다만 이후 지역화폐 지원 규모는 급격하게 늘었다. 2018년 100억원에 불과했던 지원 규모는 2020년(6298억원), 2021년(1조2522억원)으로 크게 확대됐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지역 경기 위축에 대한 우려자 커지자 정부가 할인율 보조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는 지역화폐에 대한 국비 지원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몇 년간의 대규모 국비 지원은 어디까지나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이뤄졌던 것이기 때문에, 이제 지역화폐 제도는 지자체 자체 예산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비 지원’이란 정부가 총 할인율(10%)의 3~8% 가량을 보조해왔다는 의미”라며 “국비 지원이 사라진다고 해서 제도가 없어지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지역화폐를 발행할 여력도 충분하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정부에 따르면 내년 지방교부세 등으로 지방에 추가 이전되는 재원은 11조4000억원에 달한다. 내년 지자체 전체 수입도 10조원 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중앙정부 재정수지가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지자체 재정수지는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 심의 과정 쟁점 불가피

다만 정부 의지가 끝까지 관철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벌써부터 지역화폐 예산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뜨거운 감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가 정부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무엇보다 지역화폐 사업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트레이드마크’와 같은 정책이다. 그는 성남시장·경기지사 시절부터 지역화폐 사업의 중요성을 꾸준히 설파해왔다. 지난 대선에서 연간 50조원 목표로 지역화폐를 발행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을 정도다. 예산안 국회 처리를 위해서는 거대 의석을 가진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인 만큼, 정부가 야당의 증액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또 여당이 정부 편을 마냥 들어주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지역화폐 정책이 워낙 소상공인과 일반 시민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앞서 국회 심의 과정에서 지역화폐 국비 지원 예산은 꾸준히 증액된 바 있다. 기재부는 올해 정부 예산안에 당초 2403억원을 배정했지만, 국회 심의 과정에서 무려 152%(3650억원)나 늘어나 최종적으로는 6053억 원이 됐다. 해당 예산은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안 국회 심의 과정에서도 1000억원 증액됐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