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 경제여건이 악화하며 캐피털사의 경영 환경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빌려줄 돈을 조달하기 위한 비용인 기준금리가 급격히 올랐고, 정부는 부실위험을 막기 위해 규제 강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업계에서 인기를 끌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마저 시장이 냉각되며 리스크가 커지는 모습이다.
6일 한국신용평가가 발간한 ‘금리상승 기조 속 캐피털사의 유동성 리스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캐피털 업계가 마주한 가장 큰 위험은 기준금리 인상이다. 2021년 7월까지만 해도 연 0.50%에 불과했지만 지난달에는 2.50%까지 급격하게 상승했다.
은행은 수신 영업을 통해 마련한 자금을 대출에 사용할 수 있지만 캐피털사는 수신 영업을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캐피털사가 고객에게 빌려줄 돈은 대부분 차입을 통해 조달한다. 캐피털사에게 있어 기준금리 상승은 곧 비용 상승인 셈이다.
채권(여신전문금융채)을 통한 자금 조달도 막막해지는 추세다. 지금까지는 주로 증권사들이 캐피털사가 발행한 여전채를 매입해왔지만, 증권사의 파생결합증권 내 여전채 최대 비중은 2020년 20%에서 21년 17%, 22년 14%, 23년 10% 등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캐피털사에 대해 여전채의 최대 비중을 조절하라고 주문했기 때문이다. 변동성 높은 여전채 비중이 높으면 재무 건전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다.
부동산 호황기를 틈타 캐피털 업계에서 유행했던 PF도 부메랑이 돼서 날아오고 있다. 부동산 PF는 시행사가 필요로 하는 공사비 등 자금을 대출해주는 사업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대형 캐피털 3사(현대·KB·하나캐피탈)의 1분기 기준 PF 잔액은 3조657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75% 급증했다. 3년 전(2019년)과 비교하면 5배 가까이 늘었다.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졌지만 부동산 시장이 냉각되며 사업 부실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0%였던 캐피탈 3사의 PF 대출 연체율은 각각 1.69%, 0.78%, 0.73%로 치솟았다. 금감원은 여신전문회사들이 취급하는 PF를 전수조사해 부실 위험을 사전에 적발해내겠다는 입장인 만큼 연체율은 앞으로 더 높아질 수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은 현재 저축은행, 상호금융에만 적용 중인 규제를 캐피털사에도 적용하는 등 규제 확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건설·부동산 업계에 대한 여신한도 규제, 대손충당금 의무비율 확대 등이 대표적이다.
오유나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2008년 당시 캐피털 업계 위기상황처럼 빠르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동력이 관찰되지 않고 장기화 우려가 제기된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