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좀 해주세요, 제발”
지난 6일 이른 아침 경북 포항의 한 소방서에 절규 섞인 목소리로 신고가 들어왔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침수돼 차를 빼러 간 남편이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아내가 도움을 청한 것이었다. 이 아파트는 태풍 ‘힌남노’에 따른 폭우로 지하주차장이 침수되면서 7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곳이다.
JTBC는 8일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소방청을 통해 입수해 공개한 신고 녹취록 내용을 보도했다. 당시 신고자는 ‘남편이 차를 빼러 갔는데 못 나오고 있다’며 도움을 청했다. 그는 “남편은 지하 제일 안쪽에 차를 대놨다”고 말했다.
“갇혀 있는 것이냐”는 물음에 신고자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지금 전화도 나간 이후부터 전화 한 통도 연결이 안 되고 문자고 뭐고 하나도 확인도 안 하고”라며 “지금 나간 지 1시간이 넘었거든요”라고 했다.
이 신고자는 “어떻게 좀 해 주세요. 제발”이라고 말하며 통화를 마쳤다. 녹취록에 따르면 이 최초 신고가 접수된 건 6일 오전 7시41분. 참사가 일어난 지하주차장 인근의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 따르면 오전 6시45분 이후 빠져나온 차량은 없었다. 이미 주차장에는 물이 가득 들어차 있는 상황이었다.
최초 신고 후 다른 주민들의 신고 전화가 빗발쳤다. 오전 8시5분에는 “우리 얘기가 차를 빼러 갔는지 돌아오지 않는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오전 9시11분엔 사고 발생 지역인 포항과 250km 떨어진 독도에서 독도경비대원으로 근무하는 형이 동생과 연락이 안 된다며 신고 전화를 했다.
물이 차오르자 동생은 형에게 마지막으로 전화를 걸었고 형이 다급하게 신고 전화를 한 것이었다. 갓 해병대를 전역한 동생은 형이 선물한 차를 옮기려다 사고를 당했다. 그는 이 선물을 무척이나 아꼈다고 한다.
신고자들은 구조를 애타게 요청했지만 ‘출동 건수가 많아 시간이 걸린다’는 답이 돌아오기도 했다. 해당 아파트 주민 9명은 지난 6일 태풍 ‘힌남노’로 인한 침수 피해를 피하기 위해 차량을 이동시키려고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실종됐다. 이중 2명이 생존했고 7명이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