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 용돈은 얼마가 적당할까’
1년에 두 차례 꼬박꼬박 떠오르는 고민거리가 있다. 명절마다 가족이 한 데 모이는데 부모님한테는 얼마를 드려야 할지, 조카들에게는 얼마를 주는 게 적절한지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인터넷에서는 이를 두고 갑론을박까지 펼쳐진다.
이번 추석과 같은 경우 상황이 더 복잡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5.7%를 기록하며 4개월 연속 5%를 넘어섰다. MZ세대에서는 ‘무지출 챌린지’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종합교육기업 에듀윌이 지난달 성인 남녀 10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55.6%가 예상되는 총지출이 50만원 이하라고 응답했다. 설문 문항 중 가장 금액이 낮은 항목에 응답이 몰렸다. 이 현상은 녹록하지 않은 지갑 사정 때문으로 보인다.
참고할 만한 사례가 있기는 하다. 한화투자증권은 2020년 공식 블로그를 통해 명절 용돈을 얼마나 줘야 할지 구체적인 금액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부모님께는 한 분 당 10만원, 조부모님께는 한 분 당 5만원 정도의 용돈이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부모님께 매달 용돈을 드린다면 추석이 낀 달만큼은 생략할 것을 권고했다. 용돈 규모가 10만원보다 크다면 평소 드리는 용돈만큼 드리면 된다고도 덧붙였다.
조카의 경우는 보다 구체적이다. 초등학생은 2만원, 중학생은 3만원, 고등학생은 5만원이라는 기준을 제안했다. 평소 신세를 졌던 친척에 대한 기준을 제시한 점도 눈에 띈다. 미혼 또는 비혼으로 자녀가 없을 경우 3만~5만원 선 정도의 커피 상품권을 드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이런 기준은 다른 금융사의 보고서와도 일정 부분 겹친다. 신한은행이 매년 발간하는 ‘보통 사람 금융 생활 보고서’ 중 2020년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명절 용돈과 관련한 내용이 담겨 있다. 한화투자증권이 제시한 것과 마찬가지로 부모님께 20만원 정도 드리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사회 초년생이라는 단서가 달렸다.
제시한 기준이 있다고는 해도 각자 형편에 맞게 하면 된다는 인식도 있다. 소득 수준에 따라, 가족 구성원 수에 따라 스스로 부모님과 조카 등에게 줄 용돈 규모를 정하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성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추석을 맞아 2년 만에 고향길에 나선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43)씨는 9일 “그 동안은 찾아 뵙지도 못하고 용돈만 보냈다. 올해도 비슷한 수준으로 하겠지만 직접 뵙고 인사하는 게 더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