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 11차 총회 폐막, 화해와 일치 향한 사랑의 여정 나선다

입력 2022-09-08 19:15
세계교회협의회 총대들이 8일 독일 카를스루에 콩그레스센터 가튼할레에서 ‘한반도의 전쟁 종식과 평화 건설을 위한 문서’를 채택하고 있다.

세계 교회의 유엔으로 불리는 세계교회협의회(WCC) 11차 총회가 8일(현지시간) 독일 카를스루에 콩그레스센터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난달 31일부터 9일 동안 갈라진 교회들의 화해와 일치의 길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댔던 전 세계 기독교인들은 ‘그리스도의 사랑이 세상을 화해와 일치로 이끄신다’는 총회 주제를 따라 살기로 다짐하며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WCC 11차 총회는 고작 1700㎞ 떨어진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 중 개막했다. 이번 총회가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향한 좁은 길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던 이유다. 실제로 WCC는 2018년 러시아정교회로부터 독립한 우크라이나정교회 대표 11명을 초청했다.

WCC는 공공 이슈를 다룬 선언문에 우크라이나전쟁에 대한 세계 교회의 우려를 녹였다.

선언문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불법적이고 정당하지 못하다”면서 “전쟁은 신의 본성과 양립할 수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쟁을 일으킨 당사자인 러시아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은 러시아정교회의 강력한 반발로 담기지 못해 ‘물 선언’ 논란을 낳았다.

더욱이 중국과 대만 사이의 갈등이나 미얀마의 민주화 투쟁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이의 묵은 갈등에 대해서도 평화가 중요하다는 원론적인 입장에서 한 발짝도 더 나가지 못했다.

총회 선언문도 발표됐다.

WCC는 “세계의 모두가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공통의 소명을 깨닫자”면서 “비극적인 갈등의 현장과 희생자를 위해 기도하는 데 세계 교회가 동참하고 그들이 안전하고 존엄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위로하자”고 권했다. 분단 된 한반도의 평화적인 통일을 위해 세계 교회가 함께 기도하자고도 했다.

‘한반도의 전쟁 종식과 평화 건설을 위한 문서’도 별도로 채택했다. WCC는 “부산에서 열린 10차 총회 이후 정의와 평화의 순례 정신을 계승하고 전 세계 교회가 한반도의 평화적인 통일을 위해 기도하자”는 의지를 확인했다. 또한 ‘세계교회와 함께 하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공동 기도주일’ ‘한반도 에큐메니컬 포럼(EFK)’ ‘한반도 평화 선언 위한 운동’을 확대하는 데 세계 교회가 참여하기로 뜻을 모았다.

창조세계 보존을 위한 교회의 실천을 강조한 기후 정의 성명서도 채택했다.

이와 동시에 WCC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새 위원회도 조직하고 향후 10년 동안 공정하고 풍요로운 지구를 만들기 위한 회개와 실천 운동을 펼친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2040년까지 ‘탄소 제로’를 목표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온라인 회의도 확대하기로 했다.

한편 WCC는 150명의 중앙위원을 확정했다. 한국에서는 김서영 박도웅 목사가 중앙위원이 됐다. 중앙위원회는 총회와 총회를 잇는 기간 동안 WCC 운영 전반을 책임진다.

차세대 에큐메니컬 지도력 양성에 대한 우리나라 교회들의 투자는 총회장 주변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를 비롯해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대한성공회 등 국내 회원 교회는 200여명 규모의 총회 참가단을 파송하면서 50여명을 청년 대표로 꾸렸다. 성인과 청년 참가단 모두 해외에서 열린 그동안의 아홉 차례 총회에 참가했던 국내 인사를 전부 합친 것보다 많은 수다.

박도웅 중앙위원은 “회원 교단들이 모두 청년 참가단을 선발해 WCC 총회로 파송한 건 국내 에큐메니컬 운동의 미래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사인으로 이해할 수 있다”면서 “신학교의 교육과정에서도 에큐메니컬 교육 과정을 강화하는 등 지속적인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카를스루에(독일)=글·사진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