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교회(이재훈 목사) ‘선한울타리사역(선울사)’ 팀장인 오창화(52) 집사는 올해도 특별한 추석을 준비하고 있다. 선울사에서 돌보는 보육원 퇴소청년들과 함께 명절음식을 만들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올해로 5년째 퇴소청년들과 명절을 맞는 오 집사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게 즐겁다”며 “아이들의 가족이 되어줄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선한울타리사역의 시작은 2014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상규(54) 장로는 보육원 퇴소생의 사연이 담긴 기사를 우연히 읽게 됐다. 청년들이 보육원을 퇴소한 후 갈 곳이 없다는 내용이었다.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느낌이었어요. 보육원 사역을 오래 했었어도 퇴소한 후의 삶은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최 장로는 청년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2015년 2월 선울사 사역을 시작했다. 우선 경북 김천의 한 보육원을 통해 소개받은 2명의 20대 청년을 위해 집을 마련했다.
귀한 섬김은 금세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2018년 전국입양가족연대를 통해 인연이 닿은 오 집사과 지구촌교회(최성은 목사) 송은아(54) 권사도 선울사 사역을 위해 의기투합했다. 오 집사와 송 권사는 2020년 각자 출석하는 교회에서 정식으로 선한울타리사역팀을 결성했다. 선울사는 교회의 지원과 성도들의 헌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까지 선울사는 전국의 9개 교회가 참여하고 있으며, 2~3개의 교회가 2023년을 목표로 사역을 준비하고 있다.
선울사는 보육원 퇴소청년들을 위해 주거공간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멘토링·취업·교육·자립·법률·의료 봉사를 지원하고 있다. 온누리교회 선울사 팀원인 한 성도는 본인이 소유한 빌라 4채를 교회에 3년간 무상으로 임대해줬다. 그곳에서 현재 4명의 남자 청년들이 생활하고 있다. 지구촌교회는 방 2개가 있는 작은 빌라를 교회에서 마련해 2명의 남자 청년들이 거주하고 있다. 분당샘물교회(채경락 목사)는 현재 35명의 퇴소청년들을 위해 생활비 지원, 멘토링 등을 통해 돕고 있다.
선울사의 취지는 퇴소청년들이 건강하게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데 있다. 지난 3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연립주택에서 만난 김지성(가명·24)씨는 이제 막 입주청소 일을 시작한 청년이다. 쑥스러운 듯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타난 그는 5살 때 부모의 갑작스러운 이혼으로 떠밀리듯 보육원에 맡겨졌다. 지난 6월 온누리교회 선울사와 인연이 닿은 그는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게 너무 좋다”고 웃어보였다.
최근 광주광역시에서 보육원 퇴소청년이 생활고에 시달리다 대학 기숙사 건물에서 뛰어내려 사망한 안타까운 사건도 있었다. 최 장로는 “너무 안타까운 사건이다. 퇴소생에게 제일 필요한 건 울타리가 되어줄 수 있는 어른”이라며 “청년이 건강하게 자립할 수 있도록 길잡이가 되어줄 누군가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전북 남원·임실·순창)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2018년~2020년) 보호 대상 아동 발생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보호 대상 아동 수는 2018년 3918명, 2019년 4047명, 2020년 4120명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시설을 떠나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보호 종료 나이는 만18세이며 본인 의사에 따라 만24세까지 연장할 수 있다.
선울사 팀원들은 올해도 퇴소청년들과 함께 명절을 보낼 계획이다. 송 권사는 오래 전부터 멘토링을 하고 있는 퇴소청년을 초대해 가족과 추석을 보낼 예정이다. 그는 “교회가 아이들에게 먼저 다가가야 한다”며 “사회적으로 소외받는 이들을 품는 것이 진정한 교회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