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소청년에게는 길잡이가 필요해”...‘선울사’로 뭉쳤다

입력 2022-09-08 17:48 수정 2022-09-08 18:15
온누리교회 소속 선한울타리사역팀원들과 퇴소청년들이 지난 7월 서울 강서구에 마련한 숙소 앞에서 입주예배를 드린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창화 집사 제공

온누리교회(이재훈 목사) ‘선한울타리사역(선울사)’ 팀장인 오창화(52) 집사는 올해도 특별한 추석을 준비하고 있다. 선울사에서 돌보는 보육원 퇴소청년들과 함께 명절음식을 만들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올해로 5년째 퇴소청년들과 명절을 맞는 오 집사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게 즐겁다”며 “아이들의 가족이 되어줄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선한울타리사역의 시작은 2014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상규(54) 장로는 보육원 퇴소생의 사연이 담긴 기사를 우연히 읽게 됐다. 청년들이 보육원을 퇴소한 후 갈 곳이 없다는 내용이었다.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느낌이었어요. 보육원 사역을 오래 했었어도 퇴소한 후의 삶은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최 장로는 청년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2015년 2월 선울사 사역을 시작했다. 우선 경북 김천의 한 보육원을 통해 소개받은 2명의 20대 청년을 위해 집을 마련했다.

귀한 섬김은 금세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2018년 전국입양가족연대를 통해 인연이 닿은 오 집사과 지구촌교회(최성은 목사) 송은아(54) 권사도 선울사 사역을 위해 의기투합했다. 오 집사와 송 권사는 2020년 각자 출석하는 교회에서 정식으로 선한울타리사역팀을 결성했다. 선울사는 교회의 지원과 성도들의 헌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까지 선울사는 전국의 9개 교회가 참여하고 있으며, 2~3개의 교회가 2023년을 목표로 사역을 준비하고 있다.

선울사는 보육원 퇴소청년들을 위해 주거공간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멘토링·취업·교육·자립·법률·의료 봉사를 지원하고 있다. 온누리교회 선울사 팀원인 한 성도는 본인이 소유한 빌라 4채를 교회에 3년간 무상으로 임대해줬다. 그곳에서 현재 4명의 남자 청년들이 생활하고 있다. 지구촌교회는 방 2개가 있는 작은 빌라를 교회에서 마련해 2명의 남자 청년들이 거주하고 있다. 분당샘물교회(채경락 목사)는 현재 35명의 퇴소청년들을 위해 생활비 지원, 멘토링 등을 통해 돕고 있다.

지구촌교회 소속 선한울타리사역팀원들과 퇴소청년들이 2020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마련한 숙소에서 입주예배를 드린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송은아 권사 제공

선울사의 취지는 퇴소청년들이 건강하게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데 있다. 지난 3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연립주택에서 만난 김지성(가명·24)씨는 이제 막 입주청소 일을 시작한 청년이다. 쑥스러운 듯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타난 그는 5살 때 부모의 갑작스러운 이혼으로 떠밀리듯 보육원에 맡겨졌다. 지난 6월 온누리교회 선울사와 인연이 닿은 그는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게 너무 좋다”고 웃어보였다.

최근 광주광역시에서 보육원 퇴소청년이 생활고에 시달리다 대학 기숙사 건물에서 뛰어내려 사망한 안타까운 사건도 있었다. 최 장로는 “너무 안타까운 사건이다. 퇴소생에게 제일 필요한 건 울타리가 되어줄 수 있는 어른”이라며 “청년이 건강하게 자립할 수 있도록 길잡이가 되어줄 누군가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전북 남원·임실·순창)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2018년~2020년) 보호 대상 아동 발생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보호 대상 아동 수는 2018년 3918명, 2019년 4047명, 2020년 4120명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시설을 떠나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보호 종료 나이는 만18세이며 본인 의사에 따라 만24세까지 연장할 수 있다.

선울사 팀원들은 올해도 퇴소청년들과 함께 명절을 보낼 계획이다. 송 권사는 오래 전부터 멘토링을 하고 있는 퇴소청년을 초대해 가족과 추석을 보낼 예정이다. 그는 “교회가 아이들에게 먼저 다가가야 한다”며 “사회적으로 소외받는 이들을 품는 것이 진정한 교회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