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김건희 특검법’에 “입장 없다”…민감한 정치현안 ‘거리두기’

입력 2022-09-08 16:07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8일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발의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지금 제 문제나 이런 걸 가지고 신경 쓸 그런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추석 연휴를 앞둔 이날 민감한 정치 현안에는 거리를 두면서 태풍 피해 구제 등 민생 관련 메시지를 발신하는 데 주력했다.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 문답에서 ‘최근 야당에서 김 여사 특검법을 발의하고 대통령을 고발했는데 입장이 있나’라는 질문에 “별다른 입장은 없다”며 “나중에 적절하게 하겠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결자해지’라는 말을 쓰며 윤 대통령이 직접 갈등을 풀어야 한다고 했다’는 질문에는 “제가 지금 다른 정치인들이 무슨 말을 하고 그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할 만큼 그런 마음의 여유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오로지 제 머릿속에는 글로벌 경제 위기와 또 우리가 입은 재난에 대해 국민을 어떻게 살필 것인지 그것 이외에는 다른 생각을 근자에 해본 적이 없다”며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5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결자해지를 해야죠“라며 “묶은 사람이 누구입니까? 묶은 사람이 (갈등을) 풀어야 하는 건데”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당 내홍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해석되는 발언이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원론적인 설명으로 정치 현안에 대한 즉답을 피했다.

대신, 윤 대통령은 민생 이슈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발언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 재정 긴축 기조를 유지하려고 하지만, 긴축은 꼭 써야 할 때 쓰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에 (태풍) 피해를 입은 분들,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는 분들을 위해 구조조정과 긴축으로 마련된 재원을 넉넉하게 쓰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태풍 피해로 발생한 인명 피해에 대해 “중학생 아들을 잃은 어머니, 부모님을 함께 잃은 자녀들, 늦은 나이에 결혼도 하지 않고 홀어머니를 극진하게 모시고 살아온 그 아들을 잃은 어머니, 그분들을 어떤 말로도 위로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출근 직후 경북 포항 등 태풍 피해를 입은 지역의 국회의원 등과 전화 통화를 갖고 “피해 대책에 추가할 사안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주민들의 요청을 반영해 언제든지 제게 알려 달라”고 당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후 제11호 태풍 힌남노로 피해를 입은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시장을 방문, 상인들을 위로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은 관련 회의를 주재하면서는 “현장 방문으로 끝난 게 아니다”며 “주민들과 지역의 바람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그만해도 된다고 하실 때까지 곁에 있겠다는 각오로 지원방안을 고민해달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별도의 추석 메시지도 내놓았다. 윤 대통령은 “어려운 국민의 목소리를 세심하게 듣고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정부가 되겠다”며 “경제가 어려울 때 더 고통받는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넉넉하게 보듬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태풍 ‘힌남노’로 피해를 입은 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분들이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또 “추석 연휴에도 각자의 자리를 묵묵히 지키며 소명을 다하시는 분들이 계신다”며 “명절만큼은 일상의 근심을 잠시 내려놓고 소중한 분들과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함께하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