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8일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발의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지금 제 문제나 이런 걸 가지고 신경 쓸 그런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추석 연휴를 앞둔 이날 민감한 정치 현안에는 거리를 두면서 태풍 피해 구제 등 민생 관련 메시지를 발신하는 데 주력했다.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 문답에서 ‘최근 야당에서 김 여사 특검법을 발의하고 대통령을 고발했는데 입장이 있나’라는 질문에 “별다른 입장은 없다”며 “나중에 적절하게 하겠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결자해지’라는 말을 쓰며 윤 대통령이 직접 갈등을 풀어야 한다고 했다’는 질문에는 “제가 지금 다른 정치인들이 무슨 말을 하고 그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할 만큼 그런 마음의 여유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오로지 제 머릿속에는 글로벌 경제 위기와 또 우리가 입은 재난에 대해 국민을 어떻게 살필 것인지 그것 이외에는 다른 생각을 근자에 해본 적이 없다”며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5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결자해지를 해야죠“라며 “묶은 사람이 누구입니까? 묶은 사람이 (갈등을) 풀어야 하는 건데”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당 내홍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해석되는 발언이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원론적인 설명으로 정치 현안에 대한 즉답을 피했다.
대신, 윤 대통령은 민생 이슈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발언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 재정 긴축 기조를 유지하려고 하지만, 긴축은 꼭 써야 할 때 쓰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에 (태풍) 피해를 입은 분들,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는 분들을 위해 구조조정과 긴축으로 마련된 재원을 넉넉하게 쓰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태풍 피해로 발생한 인명 피해에 대해 “중학생 아들을 잃은 어머니, 부모님을 함께 잃은 자녀들, 늦은 나이에 결혼도 하지 않고 홀어머니를 극진하게 모시고 살아온 그 아들을 잃은 어머니, 그분들을 어떤 말로도 위로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출근 직후 경북 포항 등 태풍 피해를 입은 지역의 국회의원 등과 전화 통화를 갖고 “피해 대책에 추가할 사안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주민들의 요청을 반영해 언제든지 제게 알려 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관련 회의를 주재하면서는 “현장 방문으로 끝난 게 아니다”며 “주민들과 지역의 바람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그만해도 된다고 하실 때까지 곁에 있겠다는 각오로 지원방안을 고민해달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별도의 추석 메시지도 내놓았다. 윤 대통령은 “어려운 국민의 목소리를 세심하게 듣고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정부가 되겠다”며 “경제가 어려울 때 더 고통받는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넉넉하게 보듬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태풍 ‘힌남노’로 피해를 입은 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분들이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또 “추석 연휴에도 각자의 자리를 묵묵히 지키며 소명을 다하시는 분들이 계신다”며 “명절만큼은 일상의 근심을 잠시 내려놓고 소중한 분들과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함께하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