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조2’ 이석훈 감독 “MZ세대, 한국영화의 재미 경험했으면”

입력 2022-09-09 08:00
영화 '공조2: 인터내셔날'을 촬영 중인 이석훈 감독(맨 왼쪽)과 스태프, 배우들. CJ ENM 제공

“극장보다 TV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로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많아졌죠. 영화 관람료 인상도 크게 작용하는 것 같아서 흥행을 쉽게 예측하긴 어려워요. 극장에서 두 편 보시던 거 한 편 보시기도 하지만, 제일 무서운 게 ‘나중에 티비로 보지 뭐’ 하는 말이에요.”

영화 ‘공조2: 인터내셔날’을 만든 이석훈 감독은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공조’가 2017년 780만 관객을 모은만큼 속편도 흥행을 기대해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공조2'를 만든 이석훈 감독. CJ ENM 제공

이 감독은 “사실 기대 반 우려 반이다. 다른 새로운 영화같으면 관객이 500만 돼도 좋아했을텐데, 속편이기 때문에 부담스러운 면도 있다”며 “내가 연출을 하게 되든 안하게 되든 3편이 만들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내 역할”이라고 말했다.

전편과 ‘공조2’의 가장 큰 차이점은 뭘까. 이 감독은 “전편은 림철령(현빈)이 아내의 죽음을 빌런에게 복수하는 드라마적 요소를 가지고 있었다면 ‘공조2’는 경쾌한 장르 영화의 맛으로 채웠다”며 “액션을 추가하고 수사물로서의 재미를 추구했다. 분위기가 가벼워진만큼 코미디를 장점으로 살려보려고도 했다”고 설명했다.

미 FBI 요원 잭을 연기하고 있는 배우 다니엘 헤니. CJ ENM 제공

다니엘 헤니를 공조 수사의 새 멤버 잭으로 캐스팅한 것에 대해선 “다른 사람이 떠오르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잭은 FBI 요원 역을 소화하면서 민영(임윤아), 림철령과 시소같은 관계를 만들 수 있고, 비주얼과 한국어가 모두 돼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며 “미국으로 가서 영어와 한국말을 하는 재미교포 배우를 캐스팅 해온다고 해도 국내 관객들에겐 그 배우에 대한 아무런 이미지가 없을 거라 생각했다. 다니엘 헤니가 20년 간 구축해 온 이미지를 비틀어서 오는 재미도 있고 그대로 가져오는 재미도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배우 유해진과는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 이후 두 번째 작업이다. 이 감독은 “‘해적’ 끝나고 ‘히말라야’ 작업할 때 유해진 선배님이 지나가는 말처럼 ‘내가 할 거 없느냐’고 물으셨다”며 “마땅한 역할이 없어 죄송한 마음으로 거절했는데 뒤늦게 ‘아무 역이나 부탁드릴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다시 만나겠지 했는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돌이켰다.

'공조2'의 한 장면. CJ ENM 제공

그러면서 “선배님과 ‘공조2’ 작업은 정말 편하고 좋았다. 연기를 잘 하시는 분들은 모든 상황을 본인이 잘 할 수 있게 만드는 공통적인 능력이 있다. 자연스런 연기가 잘 나올 수 있도록 상대방의 긴장감을 풀어주고 미리 친한 사이를 만들어 놓는다”고 추켜세웠다.

전편의 ‘휴지 액션’을 잇는 ‘파리채 액션’이 나오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도 전했다. 이 감독은 “생활 속에서 익숙하면서도 액션을 할 수 있는, 맞는 사람이 대단히 굴욕감을 느낄 소품을 찾아야 했다. 다양한 후보들이 나왔는데 슬리퍼는 식상할 수 있고, 전화번호부는 활용하기가 어려웠다”며 “마약조직원들이 파티용품점에 있는 물건으로 싸운다고 가정하고 뿅망치를 생각하기도 했는데, 재밌을 수도 있지만 억지스러울 거 같기도 했다. 최종적으로 파리채가 선택됐다”고 말했다.

이석훈 감독. CJ ENM 제공

‘공조2’는 지난해 2월부터 6월까지 촬영해 지난 7일 추석 연휴에 맞춰 개봉했다. 이 감독은 “코로나19 때문에 촬영이 끝나도 개봉까지 오래 걸리는 영화가 많은데 운도 타이밍도 좋았다. 3~4월까지만 해도 올해 개봉 못할 줄 알았는데 다행히 ‘범죄도시2’가 성공하고 극장가 분위기를 띄워줬다”며 “저희도 그런 분위기에 일조하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앞으로 찍고 싶은 영화는 어떤 것인지 물었다. 그는 “나는 철학적이거나 작품성이 뛰어난 예술 영화를 잘 만드는 능력이 없다. 대중적으로 재밌는 영화를 계속 만드는 게 중요한 거 같다”며 “내가 영화계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젊은 관객들이 한국 영화도 재밌다는 걸 어릴 때부터 경험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