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 ‘습관적 과음’ 경계해야…20·30대도 심방세동 잘 걸려

입력 2022-09-08 10:29 수정 2022-09-08 10:57
국민일보자료사진

20·30대 젊은층도 주종에 상관없이 하루 2잔 이상씩 매주 음주를 지속할 경우 뇌졸중이나 심부전 등의 원인이 되는 심방세동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특히 4년간 매주 28잔 이상 술을 마신 젊은 성인의 경우 비음주자에 비해 심방세동 위험이 최대 47%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심방세동은 주로 노년층에 생기며 젊은층에는 드물지만 술을 습관적으로 많이 마시면 20·30대에도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서울대병원 최의근·이소령 교수팀(한민주 임상강사)과 숭실대 한경도 교수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활용해 20~39세 대규모 인구 대상으로 누적 음주량과 심방세동 위험의 연관성을 연구했다.

심방세동은 심장이 규칙적으로 뛰지 않고 분당 300~600회 가량 빠른 파형으로 박동하는 부정맥 질환이다.
주요 증상은 두근거림, 가슴 불편감을 호소하며 심한 경우 어지러움과 호흡곤란을 동반한다. 나아가 심장(심방)내에 혈전이 생겨 뇌혈관이나 신장 혈관 등을 막게 되면 뇌졸중과 혈전색전증과 같은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노인 인구의 약 10%에서 발생하는 유병률이 높은 질환이지만 젊은 사람에게는 드물게 발병한다. 하지만 젊은 사람에게 심방세동이 발병할 경우 항부정맥제와 전극도자절제술을 포함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재발률이 50%에 이를 정도로 예후가 더 나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음주는 교감신경 항진 및 아드레날린 과분비, 심장 내 전기신호 전도계 변화 등 다양한 기전에 의해 심방세동을 유발하는 위험 인자다.

연구팀은 젊은 성인의 습관성 음주와 심방세동 위험과의 연관성에 주목했다. 젊은 성인의 과음은 심각한 사회 문제이지만 이 연령대를 대상으로 한 관련 연구는 지금껏 없었다.

연구팀은 2009~2012년 매년 총 4회의 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을 받은 20~39세 153만7836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 인구기반 코호트(동일집단) 연구를 진행했다.

각 해의 음주량에 따라 비음주, 경도 음주(주당 105g미만, 14잔 미만), 중등도 음주(주당 105~210g, 14~28잔), 중증 음주(주당 210g 초과, 28잔 초과)으로 나눠, 4년간 누적 음주량을 점수화했다. 주종에 관계없이 1잔의 알코올 함량은 7.5g으로 정의했다. 이후 평균 6년간 이들의 심방세동 발생을 추적했다.

그 결과, 4년간 중등도 이상(주당 105g 이상, 14잔 이상)의 음주를 지속한 사람의 경우 비음주자 및 경도 음주자에 비해 심방세동 위험이 25% 증가했다. 4년 연속 중증(주당 210g 초과, 28잔 초과) 음주를 지속한 사람의 경우 비음주자 대비 심방세동 위험이 47% 더 높았다.

순환기내과 최의근 교수는 8일 “이번 연구를 통해 젊은 성인도 중등도 이상 음주를 지속할 경우 심방세동의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며 “이 결과를 토대로 젊은 성인에게 금주 및 절주를 확실히 권할 수 있는 새로운 과학적인 근거를 마련했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한경도 교수는 “임상시험으로는 윤리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음주 관련 연구를 건보공단 데이터에 포함돼 있는 수검자 설문을 활용해 성공적으로 수행한 연구 사례”라고 밝혔다.

이소령 교수는 “젊은 성인은 음주의 부작용으로 심방세동이라는 생소한 부정맥을 떠올리지는 않는다”며 “심방세동은 한 번 발병하면 치료가 쉽지 않고 특히 젊은 환자는 뇌졸중, 심부전 등 합병증 위험을 긴 여생 동안 안고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심방세동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의학협회에서 발행하는 저명 학술지(JAMA Network Open) 9월호에 실렸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