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포항은…” 현장 소방관 글에 “힘내요” 응원 봇물

입력 2022-09-08 06:54 수정 2022-09-08 11:22
7일 오후 제11호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지하 주차장이 침수된 경북 포항의 한 아파트에서 해병대 특수수색대, 중앙119구조대 등으로 구성된 합동팀이 실종자 정밀 수색을 위해 침수 구역으로 진입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태풍 ‘힌남노’로 경북 포항에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집중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현직 소방관이 담담하게 쓴 글이 누리꾼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이 글에는 “감사합니다” “힘내세요”라는 응원의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7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포항 소방관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을 쓴 A씨는 포항에서 구조작업에 나섰던 소방관으로 추정된다.

블라인드 캡처

A씨는 “밤부터 신고가 빗발쳤다”며 “새벽에 물이 가슴까지 차올랐고 미처 대피 못한 노인들과 장애인분들을 구조하러 다녔다”고 글을 시작했다.

그는 “평소 다니던 출퇴근길이 마치 강처럼 변했다”며 “정원 4인 기준인 소방차 안에 대원과 구조한 시민 8명을 욱여넣고 대피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고가 높은 소방차 안에도 물이 들어왔다”며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A씨는 사실 위주로 구조 당시 상황을 적었다. 담담하면서도 포항 상황이 얼마나 절박했는지 가늠케 하는 서술이었다. 그는 “물속에 잠수해서 잠긴 문을 뜯어내고 할머니를 구조했다. 거리에 둥둥 떠다니던 강아지들도 모두 잡아 차에 실었다”며 “출동하던 구급차들은 모두 침수돼 물에 둥둥 떠다녔다. 아침에는 물이 너무 불어나 신고받은 곳으로 소방차가 접근하지 못했다”고 했다.

A씨는 “자연 앞에 참 무기력했다”며 자신이 느낀 절망감을 한 줄로 요약했다.

비극은 이어졌다. 그는 “날이 새고 한숨 돌릴 때 포스코 공장이 폭발했다. 포스코에 진입해보니 온 공장이 물바다이고, 그 와중에 불길이 너무 셌다”며 “반나절 만에 큰불이 잡혔다”고 했다. 이어 “태풍이 지나고 난 날씨는 거짓말같이 맑네요”라고 허탈해 했다.

블라인드 캡처

A씨는 “아직도 포항은 아비규환”이라며 지속적인 관심과 도움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복구에 힘쓰고 있는 해병대 경찰 소방관 해경 자원봉사자분들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A씨 글에는 수백개의 응원 댓글이 달렸다. 누리꾼들은 “글만 읽어도 눈물이 난다. 다치지 말라” “이런 분들이 공무원이다” “정말 고생 많다. 힘내시라” “안전에 유의해서 구조해 달라” 등의 반응을 보이며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