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새 비대위원장에 정진석…“독배라서 피해선 안 돼”

입력 2022-09-07 18:09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수락한 정진석 국회 부의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 부의장은 비대위원장을 맡기로 했다고 밝히며 "당을 하루속히 안정화시키겠다"고 말했다. 2022.9.7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은 정진석 국회부의장을 새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끌 선장으로 지명했다.

8일 예정된 전국위원회에서 새 비대위원장 임명안을 의결할 경우 ‘정진석 비대위’가 출범한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추석 전까지 새 비대위를 띄운다는 시간표를 우여곡절 속에 맞출 수 있게 됐다.

정 부의장은 충청 출신의 5선 중진이자 친윤(친윤석열)계 맏형으로 평가받는 인사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소집하고 정 부의장을 비대위원장으로 지명했다. 의총에 참석한 75명의 국민의힘 의원들은 박수로 이를 추인했다. 김웅 의원은 손을 들어 명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정 부의장은 의총 직후 국회 소통관에서 수락 기자회견을 열고 “할 수만 있다면 지난 몇 달간의 당 내분과 분열상은 지우개로 지워버리고 싶은 심정”이라며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위해 집권 여당을 안정시키겠다”고 말했다.

정 부의장은 “지금 비대위원장을 독배라고들 하는데 독배라서 더 이상 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집권 여당의 국정에 대한 무한 책임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정 부의장은 ‘국회 부의장직과 비대위원장직을 겸임하느냐’는 질문에는 “당내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답했다.

정 부의장이 이끌 비대위 성격은 차기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관리형’에 가까울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새로운 지도부를 뽑아야 한다는 의견이 당내 주류인 상황에서 ‘쇄신 드라이브’를 걸기에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 부의장이 당면한 최대 과제는 ‘이준석 리스크’를 수습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 부의장이 친윤계로 분류되는 점은 부담이다. 정 부의장은 지난 6월 우크라이나 방문을 두고 이 전 대표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정 부의장을 ‘윤핵관 호소인’이라고 지칭했다.

이와 관련해 정 부의장은 “(이 전 대표와) 최근에 통화한 적 없다”면서 “아직 (만날) 계획이 잡혀 있지 않지만, 누구라도 못 만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정 부의장이 지명되기 전까지 국민의힘은 대혼돈을 거듭했다. 비대위원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이 막판에 고사했기 때문이다.

권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기자들을 만나 “접촉한 외부 인사가 ‘우리 당에 대해서 잘 모른다, 잘 모르는 당에 와서 비대위원장을 하면 적절치가 않다’는 이유로 완강하게 고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으나 박 전 부의장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정 부의장은 비대위원장을 완강하게 거절하다가 권 원내대표의 세 번에 걸친 설득 끝에 수락했다고 한다.

정현수 강보현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