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근무 중 공직을 택한 민간경력자채용(민경채) 출신 공무원도 공직사회를 떠나고 있다. 공무원은 한때 안정적인 노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등이 보장되는 ‘꿈의 직장’으로 불렸다. 하지만 최근 망설임 없이 공직을 떠나는 퇴직자들의 잇따른 등장에 관가가 뒤숭숭하다.
7일 복수의 기획재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획재정부 경제구조개혁국 사무관이 퇴사했다. 저연차 사무관의 퇴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퇴사한 사무관이 ‘민경채’로 입직했다는 점에서 공직 사회에 위기감이 고조됐다.
퇴사한 사무관은 민경채로 들어와 5년간 공직 사회에 몸담았으나 다시 민간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법학박사(JD) 학위를 갖춘 인재로 외교·통상 업무의 꿈을 갖고 공직으로 왔지만 관심도가 낮은 보직에 오랜 기간 머무르게 되면서 아쉬움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민경채는 변호사, 회계사, 의사 등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영입하기 위한 제도다. 2011년 처음 5급 민경채가 도입됐을 땐 경쟁률이 36.5대 1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지난해 경쟁률은 16.6대 1로 반 토막이 났다. 한 공무원은 “민간과 비교했을 때 공직의 장점이 없으니 더이상 들어오려고 하지 않는다. 특히 민간 경험이 있으니 공직과 더욱 잘 비교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상급자들은 퇴직자가 나와도 붙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사기업처럼 연봉을 올려주겠다고 협상을 할 수도 없고, 승진을 보장해주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심화한 인사 적체도 사무관들의 퇴직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차관은 커녕 국장급 고위공무원도 장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한 경제부처 고위공무원은 “이제는 사무관이 서기관을 달기까지 12~13년이 기본이다. 월급도 사실상 깎이는 상황에서 처우가 더 좋은 자리로 간다는 후배들을 붙잡을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공직을 떠나는 사람 중 과반은 여성이다. 지난해 국가공무원 의원면직자 중 50.6%는 여성이었다. 2020년에도 퇴사자의 51.8%가 여성이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