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총각과 베트남 유학생의 혼인을 장려한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가부장적 고정관념과 인종적 편견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인권위는 최근 경북 문경시장에게 “시의 인구증가 시책 사업을 성평등 관점에서 점검하고, 소속 직원을 대상으로 인권교육을 실시하는 등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7일 밝혔다.
앞서 문경시는 지난해 4월 ‘인구증가를 위한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추진 협조문’이라는 공문을 법무부 출입국 대행기관인 한 행정사무소에 보냈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공문에는 “혼기를 놓친 농촌 총각과 베트남 유학생의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진하려 한다”는 설명과 함께 맞선, 출산 등 시의 지원 내용 등이 담겼다. 이주여성인권센터는 같은 해 5월 해당 시책에 대해 “혼인을 목적으로 입국하지 않은 베트남 유학생 여성을 멋대로 국제결혼 대상으로 삼은 차별적 시책”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문경시는 국제결혼을 희망하는 농촌 남성의 구체적인 수요나 베트남 여성이 한국으로 이주한 목적의 다양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결혼을 주선하려 했다”며 “이는 여성을 출산, 육아, 가사노동 등 가족 내 무급노동의 의무를 진 존재로 인식하는 가부장적인 성역할 고정관념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베트남 유학생을 학생이라는 신분과 상관없이 농촌 남성의 배우자 후보로 상정한 것은 ‘베트남 여성이 성별화된 역할을 수행하기에 적합하다’는 인종적 편견을 담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다만 인권위는 해당 공문의 게시 기간이 짧고 구체적인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진정 자체는 기각했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