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 쿠폰 늘린다지만, 노년층엔 그림의 떡

입력 2022-09-11 07:00
6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전통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나모(58)씨는 제로페이앱을 통해 ‘농할상품권’을 샀지만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번번이 거절당했다. 제로페이 가맹점이라고 적혀있었지만 판매 상인이 정작 결제 방법을 모르거나, 바쁘다며 현금으로 줄 수 없겠느냐는 답변을 듣기 일쑤였다. 나씨는 “스마트폰으로 상품권을 사는 방법이 헷갈려 애들한테 물어 겨우 샀는데, 쓰는 게 더 어려울 줄은 몰랐다”며 “안 그래도 정신없는 전통시장에서 스마트폰으로 결제하는 걸 상인들이 싫어하는 눈치라 그냥 환불하는 편을 택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대대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물가 부담 완화 정책이 디지털 격차가 큰 장·노년층이 접근하기엔 복잡하고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축산물 할인쿠폰이나 알뜰교통카드는 스마트폰 앱을 두 개씩 다운받아야 하고, 계좌나 카드 연동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할인쿠폰을 사려면 ‘제로페이’ 앱을 받아 충전 계좌를 연결해야 한다. 할인쿠폰을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을 찾으려면 ‘지맵’ 앱을 추가로 받아야 한다.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은 장년이나 노년층이 사용하기는 번거롭다. 전통시장에서 제로페이를 받는 상점도 많지 않다. 지난해 본예산과 추가경정예산을 합치면 1523억원어치의 농축산물 할인쿠폰이 발행됐는데, 이중 대형마트가 908억원(59.6%)으로 가장 많았고, 온라인몰은 234억원(15.4%), 중소마트와 전통시장 등 중소 유통경로는 381억원(25.0%)이었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농축수산물 할인쿠폰 발행 규모를 1690억원으로 증액했다.


대중교통 이용량에 따라 마일리지를 적립하는 방식으로 할인해주는 알뜰교통카드도 사용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알뜰교통카드는 월 15회 이상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 걷거나 자전거로 이동한 거리만큼 마일리지를 지급한다. 카드사의 추가 할인 혜택까지 포함하면 대중교통비를 최대 30% 절감할 수 있지만 사용 방법이 복잡하고 번거롭다는 단점이 따른다.

알뜰교통카드를 쓰려면 우선 ‘알뜰교통카드’ 앱을 받아야 한다.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발급받거나 티머니페이, 모바일캐시비, 원패스 앱을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다. 선불형 교통카드의 경우 충전을 미리 해둬야 하는데, 편의점이나 지하철역 등 오프라인에서 충전하면 수수료가 들지 않지만 온라인으로 충전하려면 2~11%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모바일캐시비 앱 사용자가 수수료를 아끼려면 OK캐시백 앱을 또 다운받은 뒤 포인트를 충전하고 이 포인트로 교통카드를 충전해야 한다.

실제 연령대별 알뜰교통카드 사용률을 보면 20·30대가 75.9%로 압도적이다. 40대는 11.9%, 50대 8.6%, 60대 3.5%에 그쳤다. 정부는 내년 알뜰교통카드 사업 예산을 올해보다 124억원 늘린 290억원으로 편성했다. 이용자가 올해 44만명에서 64만명 수준으로 늘 것이라는 추산이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