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당 1384원… 유로화도, 엔화도 속절없는 ‘킹달러’

입력 2022-09-07 16:38
원·달러 환율이 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달러1384.2원으로 표시돼 있다. 이한형 기자

원·달러 환율이 13년 5개월 만에 1380원대를 뚫고 올라갔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12.5원 상승한 달러당 1384.2원에 거래를 마쳤다. 2009년 3월 30일 1391.5원에 도달한 뒤 가장 높은 종가가 찍혔다. 한때 1388.4까지 치솟은 장중 고가는 2009년 4월 1일(1392.0원) 이후 가장 높았다.

원·달러 환율은 이제 1390원선을 위협받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1100원대였던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400원선을 돌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달러화 가치의 이런 상승 일변도를 놓고 금융·증권·외환시장 일각에서 좌절과 조소를 담은 ‘킹(King)달러’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나마 서울 외환시장운영협의회의 시장 점검 회의 소집 소식이 이날 원화 약세를 방어했다. 금융·외환 당국 주요 관계자들의 구두 개입성 발언도 나왔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외환시장 불확실성 확대는 경제와 금융시장에 바람직하지 않다”며 “필요하면 안정 조처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는 서울 중구 본관에서 긴급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원·달러 환율이 주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긴축 기대 강화와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증대로 빠르게 상승했다. 주요 통화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난 흐름이지만, 최근의 원화 약세 속도는 우리 경제 펀더멘털에 비해 빠른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추 부총리와 이 부총재의 이날 발언은 원화의 급격한 약세를 진정시켰지만, 세계적인 달러화 강세를 꺾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유로화, 일본 엔화, 중국 위안화처럼 미국을 제외한 주요 경제권 통화의 힘이 과하게 약한 탓이다. 엔화의 경우 달러 대비 가치가 원화보다 더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유로, 엔, 영국 파운드, 스위스 프랑, 캐나다 달러, 스웨덴 크로나의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2002년 6월 18일(111.2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110.691선까지 치솟았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