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본능 ‘만렙’ 가장의 언더커버 작전… 눈 뗄 수 없는 넷플릭스 ‘수리남’

입력 2022-09-07 17:27
사진=넷플릭스 제공

어린 나이에 소년가장이 된 강인구(하정우)는 먹고살기 위해 일찍이 생업에 뛰어들었다. 생활력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미군 부대 카센터에서 일하고, 식자재 납품을 했다. 단란주점도 인수해 밤낮으로 일했다. 전셋집이 생기고 아이들도 생겼다. 하지만 식구를 먹여 살릴 일을 생각하면 여전히 어깨가 무거웠다.

친구 응수(현봉식)은 인구에게 큰돈을 벌만 한 제안을 한다. 이름도 낯선 남미 국가 수리남에서 홍어를 가져다 한국에 팔기로 했다. 수리남은 인구 500만명의 소국인데, 국민의 절반이 마약 산업과 관련이 있었다. 낯선 나라에서 악착같이 사업을 일궈가던 인구는 현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한인 목사 전요환(황정민)을 만나 위기의 순간 도움을 받고 그를 신뢰하게 된다. 하지만 인구의 시련은 이제 시작이었다. 홍어를 싣고 한국으로 향하던 배에서 코카인이 발견되면서 그의 꿈은 산산조각이 난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던 인구에게 국정원 요원 최창호(박해수)가 찾아온다. 인구의 배에 코카인을 실은 것은 다름 아닌 전요환의 소행이었다. 그는 희대의 사기꾼이자 마약밀매업자였다. 창호는 전요환을 검거하는 비밀 작전에 협조해달라고 제안한다. 인구는 살아남기 위해 창호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민간인 신분으로 위험천만한 언더커버 작전에 뛰어든다.

이 작품은 오는 9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공작’,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등 다수의 흥행작을 만들어 온 윤종빈 감독이 처음 만든 시리즈물이다. 마치 6화짜리 영화를 보는 듯이 영상의 밀도가 높다. 극 초반부는 주인공 인구의 서사에 할애하면서 충분한 개연성을 부여한다. 매화 엔딩은 다음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순식간에 6화를 보게끔 만들 정도로 이야기에 힘이 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수리남’은 10개월간 도미니카 공화국을 비롯해 제주도, 전주, 안성을 오가며 촬영했다. 코로나19 탓에 해외 촬영으로 모든 장면을 소화할 수 없었다. 제주도에 야자수까지 심어가며 현지 느낌을 연출했다. 다른 지역에서 촬영하더라도 모두 수리남 속 하나의 공간처럼 보이도록 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윤 감독은 7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이 작품은 일종의 언더커버물인데, 민간인이 정보기관의 작전에 언더커버로 투입됐다는 점이 신선하다”고 소개했다.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것도 아니고, 정부 기관의 요원도 아닌 인구가 오로지 생존본능으로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내용이 다른 범죄 스릴러물과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마약을 소재로 한 작품은 많지만 목사라는 신분을 위장한 마약상이 신도들을 부리면서 마약 밀매를 한다는 설정도 차별점”이라며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훨씬 땅에 붙어있듯이 현실적인 이야기로 느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우 하정우는 ‘수리남’에 대해 “남미의 작은 나라에서 한국인이 마약상을 하고 있다는 설정 자체가 굉장히 영화적”이라고 전했다. 황정민은 “(대본을 볼 때) 다음 장으로 넘어가는 게 아까웠다”고 말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