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년째 접점을 찾지 못하던 하이트진로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갈등이 해결될 가능성이 열렸다. 9일 노사가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면서 조합원 최종 투표로 농성 해제 여부를 결정짓게 된다.
9일 화물연대 등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와 하이트진로의 화물운송 위탁사 수양물류, 화물연대 하이트진로지부는 전날 오전 11시부터 교섭을 진행했고 9일 오전 4시쯤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앞서 노사는 지난 6일까지 24차례에 걸쳐 교섭을 진행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사측이 손배가압류를 취하하고 민형사상 고소고발을 전면 취하한다는 데 동의하면서 합의는 급물살을 탄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조합원 복직에도 합의했다고 화물연대측은 밝혔다.
당초 점거농성은 추석을 넘길 수도 있을 것이라 예상됐다. 노조는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에 상륙했을 때도 서울 강남구 하이트진로 본사 옥상에서 고공농성을 이어왔다.
갈등은 지난 3월 시작됐다. 수양물류 소속 화물차주 132명은 화물연대에 가입한 후 운송료 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수양물류는 하이트진로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달 16일부터는 운송료 인상, 해고 조합원의 복직, 손해배상 청구 소송·가처분 신청 철회 등을 요구하며 20여일간 옥상 점거 농성을 벌여왔다.
지난달 24일 로비 점거를 해제하면서 협상의 물꼬를 텄고, 이날부터 진행된 협상에서는 원청인 하이트진로 측에서도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그러나 손해배상 청구와 책임소재 등을 둘러싼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협상은 계속 평행선을 걸었다.
하이트진로 측은 이천·청주공장에서 소주 출하를 막은 조합원 12명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 및 업무방해 가처분을 신청했다. 수양물류 측은 12명 중 7명에게만 책임을 묻겠다고 한 발 물러섰지만, 화물연대는 전원에 대한 소송 철회와 복직을 요구했다. 여기에 하이트진로 측이 지난달 25일 조합원 14명을 손해배상 소송 피고에 추가하면서 갈등의 불씨가 커졌다. 총 25명에게 청구된 손해배상 금액은 27억7000여만원이다.
여기에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17일 업무방해와 특수주거침입 및 퇴거 불응, 건조물방화예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화물연대 조합원들을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소했다.
이번 잠정합의로 민형사상 고소·고발을 취하하는 데 노사가 뜻을 모으면서 점거 농성이 해제될 가능성이 커졌지만 당장 9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화물연대 측은 “손배가압류 취하, 민형사상 고소고발 취하, 조합원 복직 합의 외의 문제는 3자 협의체 구성 논의를 지속해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