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힌남노’로 침수된 경북 포항시 남구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생환한 2명이 지하 배관 덕분에 숨을 쉴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팔 경북소방본부장은 6일 사고 현장 브리핑에서 “첫 번째 생존자인 39세 남성은 지하주차장 오수관을 붙잡고 있는 채 발견됐으며, 두 번째 생존자인 52세 여성은 지하주차장 상부 배관 위 공간에 엎드려 있었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첫 번째 생존자는 헤엄쳐 나와 자기 발로 스스로 나온 격으로 볼 수 있고, 두 번째 분은 엎드려 있었기에 우리 대원들이 가서 구조했다”고 설명했다.
소방 당국이 파악한 이 아파트 지하주차장은 바닥부터 천장까지 높이가 약 3.5~4m다. 이 중 오수, 스프링클러, 냉난방 등 상부 배관과 천장 사이 공간은 약 30㎝로, 두 번째 생존자인 50대 여성은 이 공간에 엎드려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본부장은 “‘에어포켓’이라고 부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배관 위에 어느 정도 여유 공간이 있어 살아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소방 당국은 6일 오후 10시부터 합동 수색 인력을 무동력 보트에 태워 지하주차장 내부 수면 수색을 벌였다. 그 결과 단 7분 만에 실종자 3명을 추가로 발견했다.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이들 3명 모두 ‘ㄱ’자 램프 구역에서 자동차 밖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 당국은 배수율 70∼80%가 되면 구조 인력이 도보로 현장 진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6일 오후 8시15분부터 이날 0시35분 사이 구조된 8명 가운데 39세 남성 A씨와 52세 여성 B씨는 생존한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러나 50대 여성 1명과 60대 여성 1명, 50대 남성 1명, 60대 남성 1명, 20대 남성 1명, 신원 미상 남성 1명 등 6명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는 이날 오전 차량을 빼려던 다수의 주민이 갑자기 불어난 물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실종됐다. 당초 7명이 실종된 것으로 파악됐었는데, 실종자 명단에 없는 3명의 사망자가 추가로 발견되면서 지하주차장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주민은 최소 1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