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남노 덮친 그날…침수 차 8대 구해낸 경주 ‘아쿠아맨’

입력 2022-09-07 05:57 수정 2022-09-07 09:52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습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폭우가 쏟아진 6일 경북 경주 톨게이트 인근 도로가 물에 잠긴 모습. 연합뉴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지나며 물폭탄이 쏟아진 경북 경주에서 침수된 차량 8대를 구조해낸 시민이 박수를 받고 있다.

6일 뉴스1에 따르면 25t 트레일러를 운전하는 구강민(28)씨는 전날 태풍 ‘힌남노’로 인해 일을 쉬었다. 경주시 동방동에 거주하는 구씨는 이날 오전 6시쯤 ‘비가 많이 내려 어려움을 겪는 주민이 없나’ 동네 주변을 돌아봤다고 한다.

구씨의 취미는 흙이나 모래, 자갈이 깔린 산과 계곡 등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오프로드 드라이빙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큰 바퀴와 각종 장비로 튜닝한 구형 갤로퍼를 타고 경주 시내를 순찰하다가 오전 7시쯤 형산강 옆 나정교삼거리 복개도로에서 첫 침수 차량을 발견했다.

구씨는 물 위에 둥둥 떠다니는 아반떼 승용차에서 내리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던 차 주인에게 다가갔다. 이내 밧줄이나 쇠사슬로 무거운 물건을 끌거나 들어 올리는 ‘윈치(winch)’를 이용해 해당 차량을 끌어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습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폭우가 쏟아진 6일 경북 포항시 남구 인덕동 이마트 매장 일부와 도로 등이 침수된 모습. 연합뉴스

이어 경부고속도로 경주나들목 인근 도로가 침수됐다는 소식을 들은 구씨는 곧바로 달려가 소형차, 중형차, 수입 외제차, RV 등 이날 하루 동안 8대를 구조했다.

이득 볼 것도 없는데 왜 이런 일을 하냐는 질문에 그는 “나도 운전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고 운전자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며 “어려운 상황에 처한 차량이나 운전자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고 매체에 말했다.

그러면서 “오프로드 동호회에서 서로 돕는 일이 습관처럼 몸에 밴 것 같다”며 “이런 재해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말아야 하지만, 또 일어난다면 달려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경주 지역에는 시간당 최대 110㎜의 폭우가 내렸다. 경주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53분쯤 87세 여성이 주택에 토사가 유입돼 매몰되면서 사망했다. 도로 침수 및 붕괴, 주택·농경지 침수 등 시가 현재까지 파악한 피해액만 130억원에 달한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