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시의 침수된 아파트 주차장에서 실종된 지 14시간 만에 구조된 남성이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는데, 아이들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포항시 남구 인덕동의 침수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실종 14시간여 만에 생존 상태로 구조된 주민 전모(39)씨는 병원으로 가는 119구급차 안에서 아내에게 이 같은 고립 당시 심경을 전했다.
아내는 매체와의 통화 내내 한껏 고무된 목소리로 여러 차례 환호성을 내며 “고맙고 감사하다”고 외쳤다. 남편의 목소리를 수화기 너머로 들려주기도 했다.
남편 전씨는 지하주차장에 갔으나 바닥에 들어찬 물 때문에 자동차 문을 열지 못했다고 아내에게 말했다. 아내는 “순식간에 물이 차 들어왔어?”라고 물으며 “차 안 탄 게 진짜 다행”이라고 안도감을 표했다.
생존자 전씨는 물속에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옷을 벗고 에어포켓으로 추정되는 공간에 서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아내는 전했다. 아내는 “우리 신랑이 있는 쪽에는 어디 숨 쉴 수 있는 그런 곳이 있었나 봐요”라고 말했다.
경북소방본부는 경북소방구조대, 중앙특수구조단, 119특수대응단, 해병대 수색대 합동 작업 결과 이날 오후 8시15분쯤 사고가 발생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배수 작업을 하던 중 지하주차장 오수관을 붙잡고 있는 전씨를 발견해 구조했다고 밝혔다.
목격자에 따르면 전씨가 주차장 입구까지 헤엄을 치며 나오는 모습을 보이자 구조대가 밧줄을 묶고 들어가 구조했다. 전씨 아내는 이른 아침부터 종일 사고 현장을 지켰다.
전씨 아내는 “살아서 돌아왔다는 것만으로도 하고 싶은 말이 없다”라며 “고맙고 정말 감사해요”라고 얘기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로 폭우가 쏟아진 이날 오전 6시30분쯤 침수된 이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는 현재까지 8명이 발견됐다. 당초 7명이 실종된 것으로 추정됐으나 이보다 더 많은 주민이 지하주차장에 갇혔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6일 오후 8시15분부터 이날 0시35분 사이 구조된 8명 가운데 39세 남성 전씨와 52세 여성 B씨는 생존한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러나 50대 여성 1명과 60대 여성 1명, 50대 남성 1명, 60대 남성 1명, 20대 남성 1명, 신원 미상 남성 1명 등 6명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