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호 태풍 힌남노가 6일 경북 포항을 직격했다. 곳곳에서 침수, 화재, 붕괴 피해가 발생했다.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계속해서 취재했지만 모든 상황을 살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곳에서 태풍 피해가 발생했다.
포항에 진입하기 전부터 하늘에 검은 연기가 자욱했다. 이날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는 화재가 발생했다. 경북소방본부는 2열연공장 메인 전기실에서 불이 나 전기실 1개 동이 모두 탔다고 밝혔다. 화재와 직접 관련은 없지만, 회사 내 설비 가동이 중단되면서 포스코는 부생가스 폭발 위험을 막기 위해 태워서 내보내는 '방산 작업'을 진행했다. 이때 발생한 불이 포항제철소 내 여러 곳에서 보이면서 공장 내 화재로 오인하는 일이 있었다.
북구 대흥중학교 뒤에서는 산사태가 발생했다. 인근 주민은 “새벽 5시50분쯤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포항시는 이날 오전 8시7분 추가로 붕괴할 우려가 있다며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포항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입주한 건물이 토사에 둘러싸였고 용흥동 인근 주민 차량 10여 대가 갇혔다. 현장에서는 관계자들이 굴착기 등을 이용해 수습하고 있었다.
포항철강산업단지(철강단지)는 대부분 지역이 물에 잠겨 있었다. 운수 업체, 시멘트 공장 등이 인근 형산강의 범람 때문에 침수돼 있었다. 섬안큰다리 교차로에서 경찰 관계자들이 도로를 통제했고 수십 명의 단지 입주자들은 출근하지 못하고 섬안로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한 철강단지 자영업자는 “8시에 도착했는데 물에 잠겨서 두 시간 넘게 들어가지 못하고 여기서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냉천의 범람으로 인덕동과 청림동의 피해도 상당했다. 이마트 포항점은 침수 피해로 외부 지상 주차장에 여러 차량이 널브러진 채 영업을 못 하고 있었다. 청림동 일대에서는 해병대 장병들이 대민 지원을 나와 미처 빠지지 않은 물을 빗자루 등의 도구로 손수 빼내고 있었다.
인덕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는 한 가건물이 차량 위에 널브러져 있었다. 인근의 상가는 사람 키보다 높은 곳까지 흙탕물 자국이 남아있었다. 한 카페에는 떠내려온 나뭇가지와 가구가 뒤섞여 처참한 모습을 보였다. 바로 뒤에 있는 중고차 업체의 주차장에는 침수 차량이 켜켜이 쌓여 태풍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오천읍의 한 아파트에서는 지하주차장에 들어간 주민 7명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 관계자들이 구조작업을 펼쳤다. 시와 소방당국은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물을 빼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지하주차장의 크기가 커 구조 작업에 난항이 예상됐다.
하천 상류에서는 붕괴 사고가 잇달았다. 한 펜션은 강한 물살에 지반이 유실돼 하천으로 내려앉아 있는 모습이었다. 인근의 가건물 공장들도 마찬가지로 하천 쪽으로 내려앉아 있었는데 계속해서 건물 아래의 흙더미가 흘러내리고 있어 위험해 보였다. 문덕차고지 앞의 도로는 완전히 붕괴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우회로가 없어 버스들이 갇혀있었다. 현장의 시 관계자는 차고지로 향하는 임시 도로를 만들고 있으며 다른 차고지의 버스를 증차해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해 현장 곳곳에서 많은 시민이 어떻게 복구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정부 차원의 특별재난지역 선포와 더 많은 복구 인력 투입이 시급해 보인다.
포항=이한결 기자 alwayss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