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헤니 “‘김삼순’ 때 연기 보면 도망가고 싶어”

입력 2022-09-07 06:15
배우 다니엘 헤니. 에코글로벌그룹 제공

“꽤 오랜 시간동안 제 다음 작품이 ‘공조2: 인터내셔날’이 될 거라는 걸 알고는 있었어요. ‘공조’의 팬이었기 때문에 함께 할 수 있어 기쁘고 큰 영광입니다.”

6일 오후 화상으로 만난 배우 다니엘 헤니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 잭 역을 맡았다. 잭은 북한 형사 림철령(현빈), 남한 형사 강진태(유해진)와 공조 수사를 벌인다.

다니엘 헤니는 “처음 대본을 봤을 때 정말 재미있었다. 개봉을 앞두고 부담은 되지만 어느 정도 자신 있다”며 “이번 영화는 ‘공조’의 완벽한 속편이다. 이미 형성돼 있는 ‘공조’의 팬들이 뭘 기대하실지 이미 알고 있고, 그 지점에서 좀 더 경쾌하게 만들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배우 다니엘 헤니. 에코글로벌그룹 제공

한국어로 연기하는 일이 쉽지는 않다. 그는 “일상적인 대화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외국어로 대사를 한다는 건 차원이 다른 일이다. 감정을 표출하는 연기를 할 때 특히 어렵다”며 “그래도 이런 큰 도전을 했다는 사실이 뿌듯하다. 꽤 오랫동안 사람들은 내가 한국어를 이해하지 못하고 대사만 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 내게 오는 대사들을 모두 이해해야 한국어로든 영어로든 받아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연기 활동을 펼치고 있다. 미국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에 6년 전부터 출연 중이다. 하지만 국내 작품에 대한 갈증은 항상 있다. 다니엘 헤니는 “미국에선 영화나 드라마를 만들 때 비즈니스적인 느낌이 강한데 한국은 끈끈한 가족같은 느낌이 있다. 배우들과 친해지고 술도 마시고 친구도 만드는 분위기가 좋다”며 “미국에서도 즐겁게 일하고 있긴 하지만 그런 한국의 환경이 그립기도 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공조2'에서 연기하고 있는 다니엘 헤니와 현빈, 유해진, 임윤아(왼쪽부터). CJ ENM 제공

‘공조2’는 전편보다 액션의 무게가 늘었다. 다니엘 헤니도 FBI 요원 역할인 만큼 액션 연기가 많았다. 그는 “후반부에 버스 안에서 촬영한 액션 신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저는 키가 188㎝이고 체격이 큰데, 작은 버스 안에서 공간을 만들어 액션을 소화해야 했다”며 “실제로 멍도 들고 피도 나고 어깨도 빠졌다. 세게 쳐서 어깨를 집어넣고 다시 촬영했다”고 돌이켰다.

이번에 처음 만난 배우 진선규에 대해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진선규는 빌런 장명준 역을 맡아 다니엘 헤니와 싸운다. 그는 “진선규는 내가 만난 사람 중에 가장 착하고 좋은 사람이다. 그렇게 좋은 사람이 끔찍한 빌런을 연기한다는 건 그가 얼마나 연기를 잘 하는 사람인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영어도 좀 해서 예능 촬영할 때도 많이 도와줬다. 기자간담회 등의 행사에서도 옆에서 나를 진정시키고 안정시키는 감사한 분”이라고 말했다.

개봉 전 영화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는지 묻자 “어머니께서 현빈 팬이신데 예고편을 보고 좋아하셨다. 내가 한국 작품을 하는 것을 좋아하시기도 한다”며 “가능하면 모시고 와서 극장에서 영화를 보여드리고 싶다”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배우 다니엘 헤니. 에코글로벌그룹 제공

2005년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라이벌 관계였던 현빈과는 17년 만에 작품에서 다시 만났다. 이번엔 진태의 처제 민영(임윤아)을 사이에 두고 경쟁한다. 다니엘 헤니는 “현빈과 다시 만나서 아주 좋았다. 우린 정말 좋은 친구로 17년 동안 관계를 이어왔다”며 “현빈은 훌륭한 배우이자 멋진 사람이다. 맥주 한 잔 하면서 서로가 얼마나 먼 길을 왔나 이야기하는 시간이 좋다”고 했다.

17년 동안 다니엘 헤니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는 “나이가 들었고 한국어를 좀 더 잘하게 됐고, 연기도 좀 더 나아진 것 같다. ‘김삼순’을 지금 보면 다른 나라로 도망가고 싶을 정도”라며 “궁금증이 많고 내가 하는 일을 즐거워 한다는 점은 변함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삼순’ 땐 새벽 4~5시까지 소주를 마셔도 다음날 멀쩡히 촬영했지만 이제는 그렇게 마시면 다음날은 없다. 그건 확실히 달라진 점”이라며 웃었다.

그는 1년여 전부터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있다. 다니엘 헤니는 “내가 쓴 시나리오로 한국에서 영화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물론 이번처럼 훌륭한 영화가 있으면 내가 출연하는 것도 좋지만, 언젠가 내가 쓴 시나리오 영화가 만들어지고 거기에 출연하고 싶다”며 “한국과 외국에서 일하면서 갖게 된 저만의 시각을 시나리오로 풀어내면 어떨까 한다”고 조심스레 밝혔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