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 대신 유아인, 송혜교 대신 로제. 최근 패션·화장품업계에 모델 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수년간 함께했던 간판 모델과 작별하고 더 젊은 얼굴을 앞세운다. 장수 브랜드들은 새로운 얼굴로 기존 소비자뿐만 아니라 새 소비층으로 떠오른 2030세대까지 잡는다는 계획이다.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는 새로운 브랜드 모델로 배우 유아인을 발탁했다고 9일 밝혔다. 네파 관계자는 “배우 유아인은 세대를 아우르는 동시에 감각적인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차별화된 아웃도어 무드를 전하고자 하는 네파와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네파는 지난 2월 2013년부터 함께했던 배우 전지현과의 모델 계약을 종료했다. 지난 8년간 ‘네파=전지현’이라는 공식이 생길 정도로 효과를 톡톡히 봤다. 그런 네파가 전지현 대신 유아인을 내세운 건 젊어진 소비자층에 맞춰 리브랜딩에 나서기 위해서다. 아웃도어 시장은 코로나19를 계기로 20~30대 ‘산린이(등산과 어린이의 합성어)’가 대거 유입되면서 활기를 띠고 있다.
다른 아웃도어 브랜드들도 한층 젊어진 모델에 눈길을 준다. 내년에 출시 50주년을 맞는 코오롱스포츠는 2020년부터 함께한 배우 공효진과 계약을 끝냈다. 올해 가을·겨울 시즌부터 배우 김태리를 모델로 한다. 아이더는 10대인 걸그룹 아이브의 장원영을 모델로 선정하고 패션성을 강화한 ‘요즘 아웃도어’를 선보이고 있다.
화장품 간판 모델도 변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한방화장품 브랜드 설화수는 배우 송혜교 대신 걸그룹 블랙핑크의 로제를 모델로 발탁했다. 송혜교는 2001년 에뛰드를 시작으로 이니스프리, 라네즈, 설화수, 바이탈뷰티 등의 모델을 맡아 아모레퍼시픽과 인연이 깊은 모델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브랜드 고유의 철학과 헤리티지를 계승해 나가고, 새롭게 정립한 브랜드의 정체성을 소통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이는 아모레퍼시픽이 최근 북미 시장을 두드리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1997년 출시 이후 전속모델을 쓰지 않던 설화수는 2018년 중국 화장품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한류스타 송혜교를 선택했었다.
하지만 중국 시장이 코로나19와 애국소비 등으로 부진하자, 이번에는 블랙핑크를 앞세워 북미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라네즈, 설화수, 이니스프리 등이 선전하면서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올해 2분기 북미 지역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66% 이상 늘었다. 지난 1일에는 1681억원을 투자해 미국의 스킨케어 브랜드 ‘타타 하퍼’를 인수하며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글로벌 셀럽’을 발탁한 브랜드도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전문기업 한섬의 프리미엄 여성복 브랜드 ‘타임’은 내년 론칭 30주년을 앞두고 미국 패션 모델 카이아 조던 거버를 맞아들였다. 그는 1980년대말 톱모델이었던 신디 크로포드의 딸이다.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838만명에 달할 만큼 전세계 MZ세대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한섬 관계자는 “프라다, 셀린느 등의 모델로 활동한 카이아 거버가 아시아 브랜드의 모델로 활동하는 건 처음이다. 글로벌 트렌드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는 카이아 거버 모델 발탁으로 기존 고객뿐 아니라 신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에도 새롭고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