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던 소액주주 단체들이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를 중심으로 뭉치고 있다. 개별 이슈에 대한 대응 역량을 키우고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서다. 이 같은 움직임 속에 코스닥 시총 9위 바이오 업체 알테오젠에 대한 회계장부 열람 가처분 신청이 이뤄졌다.
6일 국민일보 취재에 따르면 알테오젠 소액주주 연대에 속한 임모씨 등 13명은 지난달 30일 대전지법에 알테오젠에 대한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이들이 보유한 주식은 4만7426주로 지분율 0.11% 수준이다. 상법상 6개월 이상 보유한 주식이 0.1% 이상이면 소수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소액주주들은 회계장부 열람을 통해 신주 발행 등으로 조달한 자금 사용 내역과 자회사 설립 관련 계약 적정성 등을 따진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자회사 알토스바이오로직스 설립 및 운영이 실질적 물적 분할이며, 유상증자에 따른 지분율 희석으로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알테오젠은 이른바 ‘파이프라인 쪼개기 상장’ 추진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 모회사의 파이프라인을 자회사에 일부 떼어주고 자회사 지분을 조금씩 투자자에게 넘기면서 대규모 투자를 받은 뒤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알테오젠은 2020년 10월 자회사 알토스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하고 두 달 뒤 핵심 파이프라인인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ALT-L9’의 사업권을 나눠줬다. 알토스바이오로직스는 이 파이프라인의 임상 수행 및 시장개척, 수입, 판매에 대한 독점적 권한을 갖게 됐고, 약 9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었다. 소액주주 연대는 알테오젠의 핵심 사업이 자회사로 넘어간 탓에 모회사의 기업 가치가 하락했다는 입장이다.
이번 가처분 신청의 배경에는 올해부터 본격화한 한투연과 소액주주 단체들의 공동 대응이 있었다. 그간 사측의 큰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던 알테오젠 소액주주 연대는 지난 6월 이후 한투연과 접촉해 타 소액주주 모임 대표들과 함께 대응책을 논의했다. 그 과정에서 ‘주주제안’을 추진했고 이후 상황이 여의치 않자 법적 자문을 거쳐 회계장부 열람 가처분 신청에 이르게 됐다.
한투연과 소액주주 모임 대표들은 약 6개월 전부터 공식 대화 채널을 열고 소통하고 있다. 현재 라파스·사조산업·성창기업지주·셀트리온·신라젠·씨젠·아바코·아이큐어·알테오젠·크리스탈지노믹스·한국전력·한국조선해양·한송네오텍·한화·헬릭스미스·현대두산인프라코어·HLB·NHN 등 18개 기업의 소액주주 단체가 참여 중이다.
이들은 지난 5월 한화 김승연 회장 자택 앞 집회를 시작으로 신라젠 거래재개 촉구 집회, 공매도 개혁을 위한 집회 등 총 20여 차례 집회를 열었다. 불법 공매도 근절을 위한 신문 광고를 공동 집행하기도 했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소액주주 운동 활성화 차원에서 한투연이라는 우산 아래 개별 종목 소액주주 단체들을 모으는 중”이라며 “종목 수가 늘수록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고 당국에서도 이에 더 귀를 기울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