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생중계하며 “수영해봐, 1억 줄게”… 태풍도 못막은 ‘몰지각’

입력 2022-09-06 17:25 수정 2022-09-15 17:10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하고 있는 5일 오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 거센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연합뉴스

역대급 태풍 ‘힌남노’의 한반도 상륙이 예보됐음에도 일부 유튜버와 시민들이 위험천만한 ‘태풍 중계’를 하거나 물놀이에 나서 빈축을 사고 있다. “부디 안전한 곳에 머물러 달라”는 기상청 당부에도 아랑곳 않고 위험을 자초하는 이들로 인해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로 접근하던 지난 5일 유튜버들 사이에서는 ‘태풍 체험’이 키워드로 급부상했다. 한 유튜버는 당일 밤 11시쯤 휴대전화를 매단 기다란 봉을 들고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방파제 인근에서 현장 상황을 생중계했다.

그는 강풍에 휘청거리면서도 “구독과 좋아요(를 눌러주면) 제 차로 (바다에 들어) 가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파도는 방파제 앞 인도까지 치솟았고 해당 유튜버는 대형 파도에 휩쓸려 약 10m가량 떠밀렸다.

근처에서 생중계를 하던 또 다른 유튜버는 거세게 파도가 치는 장면을 중계하며 “여기 들어와서 수영하잖아? 내가 1억원 줄게”라며 시청자를 부추키는 발언을 했다.

비슷한 시각 해운대에서 강풍에 몰아치는 파도를 구경하기 위해 시민들이 해안가에 모여 있는 모습도 포착됐다. 힌남노의 최대순간풍속이 철탑도 휠 수 있는 위력인 초속 60m로 예보됐고, 도로까지 바닷물이 차오르고 있는데도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시민들도 간간이 목격됐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 장면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뒤 “바다에서 멀리 피하라”고 경고했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태풍 영향권에 들었던 제주도 상황도 비슷했다. 5일 오후 7시쯤 만조 때와 겹쳐 바닷물이 해안도로 높이까지 넘실대는 등 태풍 위력이 거세졌지만 도로 곳곳에 차를 멈추고 이 장면을 카메라에 담는 시민들이 많았다.

같은 날 오후 2시쯤에는 해안에서 여성 2명이 수영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제주소방안전본부에 비상벨이 울리기도 했다. 이미 제주 전역에 태풍경보가 발효돼 입수는 물론 해안가 접근 자체가 통제되던 상황이었지만 월정리 해안도로 인근에서 여성 2명이 수영하고 있다는 신고였다.

기상특보가 발효된 지난 4일에도 전남 여수 모사금해수욕장에서는 패들보드를 탄 30대 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점차 파도가 세차지고 있어 수상레저 기구 운항이 금지됐던 때였다. 해경은 경비함정을 급파해 2명을 안전지대로 대피시켰다. 이들은 “보드를 타면 안 되는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강풍 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곳도 많았다. 기상청은 “자전거, 화분 등 강풍에 날아갈 수 있는 물건은 집 안으로 들여놓거나 고정하라”고 당부했지만 5일 서울 주택가 곳곳에는 자전거나 철제 쓰레기통 등 강풍 시 ‘흉기’가 될 수 있는 것들이 방치돼 있었다. 소방 관계자는 6일 “일부 시민들의 부주의함은 연쇄적인 피해로 이어져 사회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태풍 시에는 사전 조치만 해도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