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을 축으로 하는 에너지 전환,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에 따라 ‘핵심광물’을 둘러싼 쟁탈전이 뜨겁다. 대부분 핵심광물이 특정국가에 편중돼 있어 가격 변동이나 수급 리스크가 크다. 핵심광물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가 기업은 물론 국가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
한국은 탄소중립에 필요한 6대 핵심광물(리튬·니켈·코발트·흑연·희토류·백금족)의 ‘중국 의존도’가 크다. 미국 등에서 거세게 ‘탈(脫) 중국’을 압박하면서 대체 수입선 찾기는 국가적 숙제로 떠올랐다. 그리고 호주가 대안으로 급부상 중이다. 공급망 새판 짜기에서 호주의 위상이나 비중이 한층 커지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서 7일 내놓은 ‘호주 핵심광물 공급망 동향 및 한국과의 협력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는 희토류, 리튬, 니켈 등의 핵심광물 주요 생산국이다. 미국 지질조사국 자료를 보면 호주는 이차전지 제조에 필요한 대표 광물인 리튬·니켈·코발트 매장량에서 세계 2위, 희토류 매장량에서 세계 6위다. 특히 리튬의 경우 세계 최대 생산국이다. 전 세계 생산량의 55%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 입장에서는 ‘그린 공급망’ 구축, 사업 협력과 관련해 잠재력이 큰 국가다. 이미 호주는 한국에 광물자원 1위 공급국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일반광물 수입 비중의 42%가 호주산이었다. 광물 수입액만 187억7577만달러에 이른다. 코트라 관계자는 “호주는 글로벌 핵심광물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산업 경쟁력 강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향후 안정적인 핵심광물 공급처로 호주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국 기업들은 공급망 다변화 차원에서 호주와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호주의 위상은 더 높아졌다. IRA는 전기차 보조금 지급 조건으로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로부터 원재료를 조달’을 내걸었다. 호주는 자원부국이면서 미국과 FTA를 체결했다.
현대자동차에서 최근 호주 희토류 기업 ‘아라푸라 리소시스’와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도 이런 이유다. 전기차 핵심 원자재인 희토류는 사실상 중국에서 독점한다. 호주산 희토류 확보로 중국 의존도를 낮춰 공급망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현대차는 아라푸라의 놀런스 희토류 광산에서 생산한 희토류 산화물을 2025년까지 매년 1000~1500t 구매할 계획이다.
포스코그룹은 최정우 회장이 직접 호주를 찾아 리튬·니켈 공급망을 챙겼다. 포스코그룹은 넓은 부지와 풍부한 태양광, 풍력 자원을 지닌 호주를 미래 소재 개발에 최적화한 국가로 본다. 이미 원료 개발을 위해 4조원 이상을 투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호주 배터리 원재료 생산업체 ‘오스트레일리안 마인즈’와 니켈 가공품 장기 구매계약을 맺었다. 호주 제련기업 QPM의 지분을 확보해 장기적인 니켈과 코발트 공급선을 마련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배터리 공급망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은 원료광물 수급이다. 이미 공급망 ‘새판 짜기’에 들어갔고 그 안에서 호주 비중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