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호 태풍 ‘힌남노’로 높은 파도가 일고 강풍이 부는 가운데 이를 촬영하며 방송한 인터넷방송 BJ와 유튜버들이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계속된 안전조치 지시에 불응한 남성 2명에게 경범죄처벌법을 적용해 통고처분 스티커를 발부했다고 6일 밝혔다.
두 사람은 힌남노가 북상 중이던 전날 오후 11시40분쯤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해안로에 머무르며 개인용 장비를 들고 월파 상황을 촬영했다. 경찰은 이들에게 현장을 벗어나라고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불응했다. 결국 가벼운 찰과상을 입은 이들은 경찰에 의해 안전지대로 옮겨졌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개인 방송을 하던 유튜버가 파도에 휩쓸릴 뻔한 사고도 발생했다. 유튜버 A씨는 5일 오후 11시40분쯤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방파제 인근에서 태풍 상황 생중계에 나섰다.
온라인에 공개된 영상에는 A씨가 한 손에 카메라가 달린 셀카봉을 들고 개인방송을 하는 모습이 담겼다. 그러다 사람 키를 훌쩍 넘는 수m가량의 높은 파도가 방파제를 넘어 A씨를 덮쳤다.
A씨는 원래 서 있던 방파제 앞 인도에서 10m 정도를 휩쓸려 차도까지 밀려났다. 넘어졌던 그는 옷매무새를 추스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역시 행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켰다. 덕분에 가벼운 찰과상 외에는 크게 다치지 않았다. A씨는 경찰에 태풍을 직접 체험해 보기 위해 갔다고 진술했다.
6일 오전 6시쯤에는 한 30대 외국인 남성이 파도치는 해운대 해수욕장에 뛰어들어 경찰을 출동하게 했다.
이 남성은 출동한 경찰 지시에 따라 자진 귀가했다. 그는 “그냥 수영하고 싶어서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누리꾼 사이에선 태풍 피해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위험천만한 행동을 벌인 이들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진짜 위급한 사람을 구조하기 위해 대기해야 할 인력을 낭비하게 했다는 비판도 잇따랐다. 누리꾼들은 “구조대원도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 “정말 위급한 사람이 구조받지 못할 수도” “용감한 게 아니라 무모한 짓” “애먼 구조원들은 무슨 죄” 등의 반응을 쏟아냈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 상황에서의 무모한 행동은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