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정준영씨의 불법 촬영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허위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사건을 부실하게 수사한 혐의로 기소된 경찰관이 2심에서 감형받았다. 1심과 달리 직무유기와 뇌물혐의 등을 모두 무죄 판단 받으면서다.
6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2부(부장판사 원정숙·정덕수·최병률)는 전날 직무유기, 허위공문서 작성,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A씨(57)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1심을 깨고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정씨가 불법촬영 혐의로 고소된 2016년 8월 당시 수사 과정에서 정씨 휴대전화를 확보해야 한다는 지시를 따르지 않고 이를 확보하지 않은 채 정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또한 정씨가 범행을 부인했음에도 수사보고서에 ‘정씨가 범행을 시인했다’라고 작성하고, 휴대전화 포렌식 의뢰서 사본을 원본과 대조해보지 않고 ‘원본대조필’이라고 기재해 허위공문서를 작성한 혐의도 받았다.
또한 정씨의 변호인으로부터 ‘휴대전화나 포렌식 자료 확보 없이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1만7000원 상당의 식사를 대접받은 혐의도 적용됐다.
이에 1심 재판부는 A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벌금 5만원과 1만7000원의 추징금 명령을 선고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일부 문건에 ‘원본대조필’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만 유죄로 판단하고 직무유기나 뇌물 등 나머지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며 벌금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상급자의 지시를 받고 신속히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포렌식 자료를 확보하지 않고 검찰에 송치하긴 했지만, 사건을 부실하게 처리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정씨의 변호인이 혐의없음 처분을 해달라고 의견서를 낸 사실은 있지만, 신속하게 처리해달라고 청탁하거나 A씨가 이를 들어준 적은 없다”면서 “당시 A씨가 조사한 수사보고서의 내용도 대체로 진실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해서는 “A씨는 정씨 변호인과 식사 이전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하고자 수사보고서를 작성해 과장 결재까지 받았다”고 밝혔다. 식사 대접에 대가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정씨 측 부탁을 들어준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사법경찰관으로서의 직무를 의식적으로 포기한 것이라고 보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A씨의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에 대해서는 일부 원심 판결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원본대조필이라는 기재는 원본과 대조해 사본이 동일하다는 의미”라며 “사본에 다른 부분이 있지만 원본대조필을 기재하면 허위공문서 작성죄가 성립하고, 원본과 대조없이 원본대조필이라 기재하는 것 역시 허위공문서 작성죄가 된다”고 했다.
또한 “이 사건의 범행은 공문서 진정에 대한 공공의 신용을 위태롭게 한 행위”라면서도 “이로 인해 구체적 손해나 위험이 발생한 것으로 보이지 않아 여러 양형 조건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이지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