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집어삼킨 ‘힌남노’… 가로수 꺾은 초속 30m 강풍

입력 2022-09-06 00:51 수정 2022-09-06 10:07
제주도 서귀포 서귀동의 한 공사장에서 5일 밤 소방 대원들이 강풍으로 쓰러진 가림막을 안전조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도에서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정전‧침수 피해가 속출했다. 시간당 30㎜ 넘게 쏟아진 강우와 한라산 삼각봉에서 최대 초속 34.5m(시속 124㎞)로 몰아친 강풍이 제주도 전역을 집어삼켰다. 힌남노는 이제 한반도 내륙 남해안을 향해 북동진을 가속하고 있다.

제주도 정전 속출… 고리 원전 ‘긴장’

기상청은 6일 0시10분 방재 속보에서 “힌남노가 지난 5일 밤 11시 현재 제주도 성산 남남동쪽 약 60㎞ 해상에서 시속 32㎞로 북동진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힌남노의 중심기압은 940hPa, 최대풍속은 초속 47m(시속 167㎞)로 측정됐다. 중심부에서 930hPa 이하의 기압이 관측되면 매우 강한 태풍으로 분류된다.

힌남노의 비바람에 휩싸인 제주도 주거지에서 정전 피해가 속출했다. 한국전력공사 제주지역본부에 따르면 5일 오후 11시까지 도내 총 1695가구에 전력 공급이 끊겼다. 인화동 일대 150가구는 정전 복구가 완료됐지만 서귀포 성산읍 삼달리, 남원읍 신례리, 제주 한경면 용수리, 용당리를 포함한 1545가구는 기상 악화에서 벗어나야 복구 작업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서귀포 동광육거리 평화로 합류 지점에서는 전선이 도로를 침범하고, 법환동 서건도 부근을 포함한 곳곳에서 가로수가 넘어졌다. 침수, 파손, 배수로 역류 피해도 120건 이상 발생했다. 교량과 하천 주변 도로 등 142곳에서 사람의 통행과 차량 운행이 통제됐다.

제주도 서귀포항 방파제 뒤에서 5일 밤 높은 파도가 솟구치고 있다. 연합뉴스

힌남로의 상륙을 앞둔 부산 기장군에선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가 5일 오후 4시부터 가압경수로형 100만㎾급 신고리 1·2호기의 발전기 출력을 79% 수준으로 낮췄다. 전력거래소 요청에 따라 전력공급 송전망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안전조치다.

고리원자력본부는 “이미 고리 2·3·4호기의 발전기 출력을 낮춰 운전하는 안전 조치를 이행하고 있으며, 태풍 내습 전 출력을 30% 이하로 낮춰 운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북동진 계속… 경남 남해안 상륙 후 울릉도행

힌남노의 다음 목적지는 부산‧울산‧경남을 포함한 영남권이다. 이날 오전 중 경남 남해안에 상륙해 경북 포항 동쪽 해안으로 빠져나간 뒤 울릉도로 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륙 지점은 경남 통영이 유력하다. 부산‧울산과 주변 도시의 경우 태풍 위험반원에 들어갈 수 있다.

기상청은 0시 기준 기상 현황에서 “제주도와 경남권에 시간당 30㎜ 이상의 매우 강한 비가 내리고 있다. 전국적으로 시간당 5~20㎜의 강한 비가 내리고, 최대순간풍속으로 초속 30m(시속 110㎞) 안팎의 매우 강한 바람이 부는 곳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날까지 전국 대부분 지역이 태풍의 영향을 받아 매우 강하고 많은 비, 매우 강한 바람, 매우 높은 물결이 나타날 것”이라며 “피해를 입지 않도록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기상청은 5일 밤 10시 태풍통보문에서 “힌남노가 오후 9시 현재 제주도 서귀포 남쪽 약 120㎞ 해상에서 시속 33㎞로 북북동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상청 홈페이지

기상청은 이날 전국의 강수량을 80~150㎜로 예상했다. 남해안, 경상도 동해안, 강원 영동 남부, 제주도 산지, 지리산 부근, 울릉도‧독도에서 곳에 따라 250㎜의 비가 내릴 수 있다.

힌남노는 6일 오전 9시 포항 북동쪽 약 60㎞ 부근 해상으로 빠져나간 뒤 다시 울릉도로 향하게 된다. 6일 오후 3시 울릉도 북북동쪽 약 280㎞ 부근 해상을 지나 7일 오전 3시 일본 삿포로 북북서쪽 약 490㎞ 부근 해상에서 온대저기압으로 약화될 것이라고 기상청은 전망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제주=문정임 기자
부산=윤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