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선 가로수 쓰러지고, 엘시티·마린시티는 ‘빌딩풍’ 초긴장

입력 2022-09-05 18:04 수정 2022-09-05 18:09
태풍 힌남노가 북상하고 있는 5일 오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 거센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연합뉴스

태풍 힌남노가 북상하면서 가장 먼저 직접 영향권에 드는 제주와 남해안 일부 지역에선 주민들이 사전에 대피하는 등 초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제주도와 경남도, 부산시 등은 5일 최고 단계의 대응 태세인 비상 대응 3단계를 발령했다.

제주도에선 힌남노 영향으로 사흘만에 한라산 윗세오름에 최고 690㎜ 넘는 비가 내리는 등 도 전역에 계속 강한 비바람이 휘몰아치면서 곳곳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태풍의 영향으로 5일 오전 제주 아라동의 한 타운하우스에 있던 트램펄린이 강풍에 날아갔다. 제주도 소방안전본부

이날 오전에는 서귀포시 중문동의 한 도로에 가로수가 쓰러졌고, 대정읍 신도리의 한 주택 지붕 위로 인근에 있던 나무가 쓰러졌다. 제주시 아라아이파크아파트와 이도동 제주제일중학교 인근 도로에 있는 중앙분리대가 전도돼 철거되기도 했다. 제주도는 태풍경보가 발효되자 재난문자를 통해 도민들에게 외출을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엘시티, 마린시티 등 부산 해운대의 초고층 아파트 주변은 이른바 ‘빌딩풍’과 ‘월파’ 현상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빌딩은 바람이 높고 좁은 초고층 건물 사이를 통과하며 위력이 강해져 부는 바람으로, 주변보다 2배 강도로 돌풍이 분다. 고층에서 깨진 유리창으로 인한 2차 피해까지 일으킨다.

빌딩풍 피해가 우려되고 있는 엘시티 모습. 국민일보DB

빌딩풍은 힌남노보다 세력이 약한 2020년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 때 마린시티 일대에 유리창 파손 등의 피해를 남겼다. 2020년 태풍 마이삭 당시 해운대 앞바다는 초속 23.4m 바람이 관측됐지만, 마린시티에서는 초속 36m, 엘시티에서는 초속 47.6m의 강풍이 기록됐다. 엘시티 인근 상인들은 “과거 큰 태풍 때는 엘시티가 없었는데, 어떤 피해가 발생할지 감이 오지 않아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부산 해안가 저층 건물들은 파도가 넘어오는 월파(越波) 현상도 걱정이다. 해운대구 청사포와 미포, 마린시티 등의 저층 상가들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마린시티 상가들은 며칠 전부터 모래주머니를 입구에 쌓으며 월파에 대비했다. 청사포 상가들은 양식장 기둥을 고정하는 큰 돌로 상가 입구를 막았다.

해운대구는 월파 우려 지역 주민과 업주들에게 대피를 권고했고, 남구와 동구 등에선 146가구 198명을 대피시켰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프랑스 파리 출장계획을 취소하고 부산으로 복귀했다.

태풍 힌남노 북상에 따라 부산 해운대구 청사포 상가 앞에 월파를 막기 위한 돌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경남도에선 낮 12시 현재 위험지역 주민 55명이 대피했다. 창원시도 반지하, 산사태 위험지역 인근 주민 156명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다.

전남도는 오후 2시 현재 반지하주택이 있는 5개 시·군 17가구를 긴급 대피 조치했다. 또 산사태 3곳·급경사지 2곳·공사장 인근 위험 현장 5곳 등 475명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다. 아울러 산사태 피해 우려지역 2998곳에 사는 1만5000명이 대피할 수 있도록 대피처를 확보했다. 해안가에는 어선 2만7000여척을 결박하고 항 내 선박 간 충돌 방지 조치를 완료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제주=문정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