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호 태풍 ‘힌남노’가 관통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산, 울산, 경남지역 기업체들이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제11호 태풍 힌남노는 6일 오전 9시쯤 경남 지역에 상륙한다. 거제·통영을 거친 뒤 김해, 양산, 부산을 할퀸 뒤 울산 앞바다를 통해 동해로 빠져나갈 예정이다.
2020년 9호 태풍 ‘마이삭’의 강풍 위력을 경험한 기업들은 공장 자체 구조물에 대한 안전 조처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수출 대기 자동차와 대형 선박 등 생산 제조품의 피해 최소화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바다와 닿아있는 수출선적장 주차 차량을 모두 안전지대로 옮겼다. 평소 수출선적장에는 완성차 5000대가량이 대기하고 있으나 침수 피해를 우려해 이동했다.
또 배수 취약 지역을 확인하고, 각 공장 정전에 대비해 각종 전기설비 점검을 벌였다.
현대중공업은 ‘전사 태풍 비상대책위원회’ 운영에 들어갔다. 지난 주말을 이용해 울산조선소에 정박돼 있던 새 선박 9척을 서해 목포, 보령항 인근 등으로 옮겨놨다.
조선소 안벽에서 건조 중인 선박들은 강풍에 대비해 계류 로프까지 두 배가량 보강해 단단히 묶어뒀다. 또 파도가 넘어올 수 있는 구역에 있는 블록은 모두 이동시켰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주말 동안 실시간 기상 분석과 태풍 이동 경로 파악을 시작으로 대비책을 마련해 태풍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날 때까지 비상대응 체제를 가동한다”고 말했다.
경남 거제에 있는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는 힌남노 피해를 대비해 현장 사무실·휴게실 등으로 쓰이는 컨테이너와 화장실 등 간이시설물을 고정했다. 또 선박·건물 등의 침수를 막기 위한 배수구를 확인하고, 해상 크레인 및 이동 가능한 선박 6척에 대한 서해 피항도 진행했다.
삼성중공업도 역시 계류 중인 선박을 고정하는 로프를 보강하고 침수·해일·정전 등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 사항을 점검했다.
특히 이들 조선업 기업체들은 골리앗 크레인을 좀 더 단단히 고정시키는 등 각종 철제 구조물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예의주시하고 있다.
태풍 마이삭 때 정전 등으로 비상 발전기를 가동해야 했던 석유화학단지와 온산공단 기업들도 바싹 긴장하고 있다.
SK에너지와 에쓰오일 등 석유화학업체는 지난 1일부터 태풍이 지나갈 때까지 원유선과 제품 운반선 등 입항을 금지했다. 해외에서 선박이 울산으로 오는 중에 태풍과 맞닥뜨리는 상황을 막고 항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이밖에 하루 24시간 공정이 계속되는 장치산업 특성에 따라 단시간 정전에도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는 석유화학업종 각 사업장은 정전 방지를 위한 만반의 준비도 하고 있다. 석유화학공장들은 특성상 공장 가동이 멈추면 생산 원료 등이 굳어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제련업체인 LS니꼬동제련도 태풍 진로와 도달 시각을 실시간으로 살피고 있다. 정전과 안전사고 등에 대비해 연락망을 구축하고 탈락 위험 시설물, 침수 우려 시설물, 위험물·유해화학물질 저장시설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 중이다.
울산시는 울산과 울산앞바다에 태풍 예비특보가 내려지자 전날부터 졌다. 비상 1단계에 들어갔다.
인명피해 우려 지역과 해안가 등 989건에 대한 점검을 벌이고, 배수펌프장 26곳의 펌프와 수·배전 시설도 확인했다. 강변 주차장 12곳, 산책로 등 32곳 출입도 통제하고 있다.
강풍과 높은 파도에 대비해 어선 790척을 육상으로 인양하도록 했고, 양식장 27곳에 대한 결박도 단단히 했다.
공사장 25곳에 설치된 타워크레인 68대 안전도 사전에 점검했다.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가는 6일에는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특수학교 등 울산지역 모든 학교가 전면 휴업한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