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인다 꼬여’…광주시교육청 현안마다 헛발질

입력 2022-09-05 11:28 수정 2022-09-05 11:30

광주시교육청이 추진 중인 각종 현안사업이 난마처럼 꼬이고 있다. 간부 인사는 물론 교육현장 주요 업무가 반대여론에 부딪혀 갈등을 빚거나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5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1일 자로 임기 2년의 개방형 직위인 감사관(3급)에 유병길 전 광주시선거관리위원회 관리관을 임용했다. 지난달 외부 공모에서 서류·면접 전형을 거친 7명 중 2명을 이정선 교육감에게 추천해 최종 낙점을 받았다.

하지만 감사관 자리에 감사원 출신이 아닌 선관위 출신이 이례적으로 임용되자 그 배경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더구나 유 신임 감사관이 이정선 시교육감의 순천 매산고 26회 동기 동창인 것으로 밝혀져 ‘정실 인사’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광주교육희망네트워크와 학벌 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광주교사노조 등은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감사관에 교육 관련 경력이 전혀 없는 고교 친구를 임명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교육행정에 대한 감사의 독립성을 해치고 비리 예방과 청렴도 향상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교육감과 친구 사이인 감사관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이를 두고 “부교육감이 위원장을 맡은 인사위원 실무진은 교육감과 감사관이 고교 동창이라는 사실을 언론 보도에서 처음 알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1974년부터 3년간 학교를 같이 다닌 이 교육감과 유 감사관이 그동안 SNS를 통해 안부를 주고받은 사실이 확인돼 거짓 해명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인사뿐 아니라 현안사업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시교육청이 초등학교 돌봄교실 참여학생 등 1만여 명을 대상으로 전국 최초로 도입하려던 ‘여름방학 중 무상급식’은 영양사, 조리원 등 급식종사자, 전교조, 광주교총 등의 반대로 사실상 무산됐다.

이 교육감의 대표적 선거공약인 여름방학 무상급식은 우여곡절 끝에 초등학교 1개교, 유치원 10개원에서만 형식적으로 이뤄졌다.

전교조 등은 “이 교육감이 사전 면밀한 검토나 협의 없이 점령군처럼 무상급식을 졸속행정으로 몰아붙였다”며 “독단과 무능, 불통으로 교육현장의 혼란의 부추긴 이 교육감의 사과를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시교육청은 겨울방학부터 본격적인 무상급식에 돌입하기로 했으나 이마저 급식 관련 비정규직 노조와 시민단체 대표 등으로 구성을 추진 중인 협의체 출범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생 1인 1태블릿PC 보급사업’도 광주시의회에서 예산 307억원을 전액 삭감해 체면을 구겼다.

시교육청은 광주지역 중·고생 6만7000여 명에게 태블릿PC를 우선 공급하고 초등학생들에게 단계적으로 이를 확대하기로 했으나 시의회는 “구체적 사업계획과 준비작업이 부족하다”며 예산편성을 거부했다.

시의회는 “코딩, 엑셀 등을 익히는 학습효과를 높이기 위해 테블릿PC와 노트북 가운데 어느 기종을 선택할 것인지 고민이 부족하고 많은 학생의 동시 접속을 통신망이 감당할 수 있는지 사전에 검증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시·도의 실패사례도 철저히 조사해 게임기로 전락하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시교육청 간부 40여 명은 지난달 19~20일 최근 전남의 화순의 한 리조트에서 정책 워크숍을 개최하면서 평소 문을 닫아둔 노래방 시설까지 개방하도록 무리하게 요구하고 음주를 곁들인 회식을 했다가 이 교육감을 포함한 간부 수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기도 했다.

교육단체 관계자는 “이 교육감과 시교육청이 의욕만 앞세워 일방적 교육정책을 추진하는 데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실타래 풀어가듯 현안을 꼼꼼히 다뤄 시행착오를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