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당 74㎜ 폭우…‘힌남노’ 오기도 전에 물 잠긴 제주

입력 2022-09-05 04:29 수정 2022-09-05 17:36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향해 북상 중인 4일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시가지가 침수돼 있다. 기상청은 4일부터 6일까지 제주에 100∼600㎜ 이상의 비가 더 내리겠다고 예보했다. 한라일보 제공, 연합뉴스

제11호 태풍 ‘힌남노’ 전면의 강한 비구름으로 인한 집중호우로 4일 간접영향권에 든 제주도에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현재 제주도 산지와 서부지역에 호우경보가, 나머지 제주 북·남·동부 지역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졌다. 또 제주 전역에 강풍주의보, 제주 해상에 풍랑경보가 발효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2일부터 이날 오후 9시 기준 지점별 누적 강수량은 한라산 삼각봉 331㎜, 진달래밭 330.5㎜, 윗세오름 324㎜ 등이다. 또 제주(북부) 62.5㎜, 서귀포(남부) 187.6㎜, 성산(동부) 164.6㎜, 고산(서부) 223.1㎜의 비가 왔다.

태풍 내습을 앞둔 4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에 집중호우가 쏟아져 도로에 물이 들어차 있다. 연합뉴스

특히 서귀포 대정에는 이날 오전 11시50분쯤 시간당 74.5㎜의 폭우가 쏟아졌다. 고산 역시 이날 시간당 64.6㎜의 비가 쏟아져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은 강수량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제주 서부지역을 중심으로 시간당 50㎜ 이상의 강한 비가 퍼부었다.

폭우로 인한 침수 피해도 이어졌다.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7분과 14분쯤 서귀포시 대정읍 하모리 주택 마당과 상가가 물에 잠겼다. 또 인근 지역의 과수원이 침수돼 피해를 보기도 했다. 대정읍 상모리와 영락리 등 도로에서는 갑자기 불어난 물에 잠긴 차량에 사람들이 고립됐다가 구조됐다. 목장에서 불어난 물에 고립된 소가 구조되기도 했다.

이날 제주국제공항은 서둘러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5일부터 제주가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 항공기 결항사태가 이어질 것에 대비해 미리 돌아가는 것이다. 반면 제주로 여행 오는 관광객은 크게 줄었다.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향해 북상 중인 4일 제주도 서귀포 해안에 파도가 치고 있다. 연합뉴스

태풍이 북상하면서 제주 한라산국립공원 출입이 지난 2일부터 전면 통제됐다. 또 해상에 풍랑특보가 발효되면서 이날 오전 9시 목포로 가는 여객선 한 척이 제주에서 출항했을 뿐 이후 모든 여객선이 통제됐다. 제주도 내 항구와 포구에는 각종 선박 1949척이 대피해 있다.

제주도는 5일 오전 6시를 기해 비상 최고단계 대응 태세에 돌입할 예정이다. 도는 태풍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지난 2일부터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고 비상근무를 하고 있다.

도는 태풍 사전조치로 급경사지·하천변·해안가 등 재해 우려 지역과 배수로·맨홀 준설 등 1775건을 긴급 점검하고, 하천 교량 주변 지장물 제거 및 저류지 수문 작동 여부 점검 등을 마쳤다. 강풍 피해에 대비해 비닐하우스와 축사 시설, 항만·어항 등의 안전조치도 이뤄졌다.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향해 북상 중인 4일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도로 하수구가 역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외에도 이재민 임시주거시설 169개소와 재해구호물자 비축창고 16개소에 대한 점검과 함께 반지하 주택 115개소에 대한 특별 관리도 하고 있다.

제주지방해양경찰청 역시 3일부터 연안 사고 위험예보를 ‘주의보’에서 ‘경보’ 단계로 격상하고 비상 근무체제에 돌입했다. 제주경찰청은 112치안종합상황실을 중심으로 상황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현재 태풍 ‘힌남노’는 이날 오후 3시 기준 중심기압 935hPa, 최대풍속 초속 49m의 매우 강한 태풍으로 성장해 대만 타이베이 북동쪽 약 390㎞ 부근 해상에서 시속 26㎞ 속도로 북상하고 있다.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향해 북상 중인 4일 밤 제주도 서귀포항에 배들이 정박해 있다. 이날 행정안전부는 위기경보 수준을 '주의'에서 '심각'으로 상향했다. 연합뉴스

이 태풍은 4일 밤 일본 오키나와 서쪽 해상을 지나 제주도는 5일과 6일 태풍의 직접영향을 받겠다. 이날 오후 제주도 남쪽 바깥 먼바다에 태풍 예비특보가, 5일 제주에 태풍 특보가 발효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도재난안전대책본부와 기상청 관계자는 “태풍이 북상하면서 6일까지 제주에 비가 이어져 강수 지속시간이 길어지겠고, 매우 강한 비·바람이 예상된다”며 “한경과 대정 등 침수 위험 지역과 인근 지역 관광객과 주민, 이 지역을 지나는 차량은 피해가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