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 중앙위원, 여성·청년·장애인 안배 “산 넘어 산”

입력 2022-09-04 18:44 수정 2022-09-04 18:52
세계교회협의회 총회에 참석한 교회 대표들이 2일 독일 카를스루에 콩그레스센터에서 대화하고 있다.

세계교회협의회(WCC) 11차 독일 카를스루에 총회가 중반을 지나면서 중앙위원 선정을 위한 논의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회원 교회 총대 중 150명을 선발해 구성하는 중앙위원회는 WCC의 최고 의결 기구다.

WCC 인선위원회는 유럽과 북미, 중미, 아시아 등 지역별로 중앙위원 후보를 추천받은 뒤 이를 검토해 최종 명단을 확정한다.

중앙위원을 배정하기 위해서는 정교회와 비 정교회, 여성과 남성, 청년, 평신도와 목회자, 장애인 등 까다로운 조건을 따진다. 각 항목의 비율을 맞추는 과정이 복잡하다. 2013년 WCC 10차 부산 총회에서는 여성(38%) 청년(12%) 평신도(25%) 원주민(4%) 장애인(2%) 등의 비율에 맞춰 중앙위원을 배정했다.

지난 2일 지역별 모임을 마친 뒤 인선위원회가 종합한 중앙위원 명단은 이미 200명을 넘은 것으로 확인됐다. 50명 이상의 후보를 걸러내야 하는 험난한 과정이 남은 셈이다.

특정 국가 교회가 추천한 중앙위원의 수가 통상 배정된 관례보다 많을 때다. 우리나라가 그런 경우다. 우리나라에는 그동안 2명의 중앙위원이 배정됐다. WCC 국가별로 중앙위원 수를 확정하지 않고 통상 관례를 따라 배정한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과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가 추천한 중앙위원 후보는 각각 장윤재 이화여대 교수와 김서영 영국 맨체스터대 박사과정, 박도웅 WCC 11차 총회 준비위원회 집행위원장 등 3명으로 한 명이 많은 상태다.

이런 경우 WCC 몇 가지 절차를 거치도록 한다.

해당 국가 교회 내부의 조율이 가장 우선이고 그 다음은 지역별로 배정된 중앙위원 전체 수 안에서 조정한다.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 서로 중앙위원 수를 조정해 지역에 할당된 쿼터를 맞추는 걸 말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도 중앙위원 수가 조정이 안 되면 7일 열리는 회무에서 총대 전체가 투표를 통해 결정한다.

3개 회원 교단 사이의 조율은 쉽지 않다는 게 총대들 사이의 의견이다.

한 총대는 4일 “중앙위원 선출이 늘 매우 민감한 주제이고 교단 간에 가장 첨예하게 경쟁하는 부분이어서 회원 교단 사이에서 조율하는 건 쉽지 않다”면서 “아시아의 다른 나라에서 한 자리를 양보해 우리나라 교회가 추천한 3명 모두 중앙위원이 된다면 좋겠지만 이 또한 양보가 쉽지 않은 부분”이라고 말했다.

2013년 부산에서 열린 WCC 10차 총회에서도 아시아 지역 교회가 조율을 시도하다 기감이 추천한 중앙위원 후보가 본 회의에서 투표까지 거치는 경합 끝에 낙마한 일이 있었다. 당시 말레이시아 교회가 중앙위원 한 석을 우리나라에 양보하면서 기감과 예장이 추천한 두 명 후보가 모두 중앙위원으로 선임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본 회의에서 자리를 양보할 것으로 예상됐던 말레이시아 총대가 문제를 제기하면서 무산됐다.

결국 본 회의 투표로 중앙위원을 확정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또 다른 총대는 “지금 상황으로는 본 회의에서 투표를 통해 결정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면서 “이렇게 되면 3개 교단 중 중앙위원을 내지 못한 교단이 큰 상처를 받을 게 분명하고 향후 국내 에큐메니컬 협력에도 후폭풍이 불가피해 우려된다”고 밝혔다. 카를스루에(독일)=글·사진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