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스트릿 우먼 파이터’로 시작된 댄스 열풍으로 무대 뒤에서 조명받지 못했던 댄서들이 그 어느 때보다 빛나고 있다. 댄스 아카데미 아트원컴퍼니는 지난해 댄스 콘서트 ‘희노애락’을 열었다. 올해도 오는 23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에서 두 번째 ‘희노애락’ 콘서트가 열린다.
국내 정상급 아티스트들이 다양한 스트릿댄스를 선보이는 ‘희노애락’은 20여년째 댄스 신을 지켜 온 아트원컴퍼니 김은하(38) 대표가 기획했다. 지난 1일 서울 마포구의 아트원컴퍼니 사무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댄스를 우리만의 발표가 아닌 세상에 내놓고 싶다는 의지로 ‘희노애락’을 시작했다”고 공연 기획의 계기를 밝혔다.
크럼프, 힙합, 왁킹 등 스트릿 댄스 신은 아직 대중에게 낯선 측면이 있다. 김 대표는 “발레는 아름다워서 대중이 찾지만 스트릿댄스는 아름다움의 영역은 아니다. 조금만 코드를 잘못 잡으면 마치 멀리 있는 분수대를 보는 것처럼 몰입이 어려워진다”며 “댄스를 ‘팔리는 공연’으로 만들어서 댄서들에 관한 대중의 관심을 더 높이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댄서는 아니지만 한국 스트릿댄스 현장을 오랫동안 지켜 온 인물이다. 20년 전, 그는 단순히 생계를 위해 댄스 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데스크에서 앉아있으면 되는 단순한 일이었다. 근무 기간이 길어지면서 오가는 댄서들과 유대감이 생겼다. 김 대표는 이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기 시작했다. 특히 중학교 1학년에서 고등학교 3학년까지 진로를 놓고 힘들어하는 청소년들과 적극적으로 대화를 했다. 어린 댄서들의 체력 관리를 위해 이들이 하루에 물을 얼마나 마시는지까지 적었다.
김 대표는 “댄스 불모지 시대여서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곳은 우리밖에 없었다. 댄서 매니저라는 직업도 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관리가 필요한 예술가들이 관리를 받으면서 스트레스를 비교적 덜 받게 됐다”며 “너무 작은 씨앗이지만 어린 댄서들이 나를 훌륭하게 보기 시작했다. 주7일 근무를 10년 동안 하면서 내 20대 인생을 걸었다”고 했다.
직업으로서 댄서에 관한 인식은 20년 전에도, 10년 전에도 별로 좋지 못했다. 학부모들은 댄서가 되고 싶어하는 자녀 때문에 마지 못해 학원을 찾았다. 김 대표는 밤낮없이 부모들을 설득해가면서 어린 댄서들의 진로를 위해 애썼다. 2011년에 독립한 그는 2018년 아트원컴퍼니의 대표가 됐다. 이곳은 수강생 200~300명을 거느린 대형 학원으로 성장했다. 댄서, 뮤지컬 배우를 희망하는 수강생들이 이곳을 찾는다.
김 대표는 “예전에는 아무도 쳐다보지 않던 나를 믿고 오는 댄서가 한명 두명씩 늘어 100명, 1000명이 됐다”며 “관리자였던 나는 그들과 땀 흘리면서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는데 댄스 신에서 나의 이름을 기억해주고 있어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최근 K댄스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K팝 스타들, 유명 댄스 크루들의 활약 덕분이다. 그러나 김 대표는 정규 교육 시스템에 대해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는 “한국에 훌륭한 댄서가 많은데 양성 시스템에는 관심이 크지 않은 것 같다”며 “좋은 환경에서 양질의 교육받아야 어린 댄서들도 전문성을 인정받고 제대로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