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피해 최다에도 인명피해 無…영등포구 ‘원칙’이 빛났다

입력 2022-09-04 15:56 수정 2022-09-04 20:00

태풍 힌남노의 북상으로 피해가 우려되는 가운데 지난달 폭우로 침수 피해가 가장 컸음에도 인명 피해를 내지 않은 서울 영등포구의 행정처리가 주목받고 있다.

영등포구는 지난달 8~9일 폭우 당시 반지하·지하 주택 거주민에 대한 전수조사를 반나절 만에 진행했다. 관악구 발달장애 일가족, 동작구 장애인 등 반지하 거주민이 기습 폭우에 참변을 당했던 시기였다. 신길·대림동을 중심으로 다세대 주택이 밀집해있어 주거 약자가 많았다. 설상가상 이 지역엔 이틀 새 시간당 최고 110㎜의 비가 퍼부었다.

영등포구는 지난달 9일 반지하·지하 주택 거주민 4516명을 대상으로 연락을 시작했다. 침수 피해가 컸던 대림2동과 신길5동은 구 복지정책과에서 거주민 명단을 받아 전화를 걸었다. 통화가 안 되면 각 동주민센터에 현장을 확인토록 했다. 저소득 중증장애인 등 470여명은 사회복지과에서, 독거 노인은 어르신복지과에서 담당했다. 구 관계자는 4일 “워낙 다세대 주택이 많아 종일 노는 손이 없을 정도로 연락했다”며 “안부를 확인하고, 연락이 안 되면 현장으로 갔다. 침수 피해가 확인되면 대피소로 안내했다”고 전했다.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은 당시 “지하나 반지하에 저소득층이 많이 사는데 사고가 날까 걱정스럽다”며 “오늘 당장 전수조사를 마쳐달라”고 요청했다. 당일 오후쯤 4516명 가운데 3993명은 통화로, 520명은 현장 방문을 통해 안전을 확인했다. 연락이 안 된 3명은 이사를 하거나 관내 거주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영등포구는 지난달 폭우에 따른 침수 피해가 5022건으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많았다. 이어 관악(4311건), 동작(3236건), 구로(1988건), 서초(871건) 등 순이다. 그러나 적극적인 조치 덕분에 인명피해는 피할 수 있었다. 지난달 26일부터는 대림 1·2동, 신길 5·6동 등 4개 구간의 맨홀 200여개에 추락 방지 시설도 설치했다. 구 관계자는 “강한 태풍인 힌남노가 북상하는 만큼 선제적으로 침수 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