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4일 보수 텃밭 대구를 찾아 “지금 국민의힘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보다 더 위험하다”며 “말을 막으려고 한다. 양두구육이라는 사자성어 하나 참지 못해 길길이 날뛴다”고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후 대구 김광석거리에서 앞서 예고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을 작심 비판했다. 이 전 대표가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달 26일 법원이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의 직무 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지 9일 만이다.
이 전 대표는 주호영 비대위원장을 포함, 대구를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이 이날 기자회견에 단 한 명도 참석하지 않은 사실을 지적하며 “오늘 이 자리에 한 분도 함께하지 않은 것은 이 당이 가진 ‘찍히면 죽는다’ 문화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22년 지금 대구 시민들은 죽비를 들어야 한다”며 “어렵게 정권을 되찾아왔고 처음으로 젊은 세대가 정치에 관심을 두고 적극적으로 참여한 대선의 결과, 이것이 결코 무너지게 내버려 둬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복지부동( 伏地不動)하는 대구의 정치인들에게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더 약하라는 명령을 내려달라”며 “공천 한 번 받기 위해 불의에 복종한다면 그 권력자(윤석열 대통령)가 아니라 대구시민들이 그들을 심판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달라”고 목소릴 높였다.
국민의힘의 당헌·당규 개정에 대해서도 “법원의 판결도 무시하고 당헌·당규를 졸속으로 소급해 개정해서 스스로의 부끄러움을 덮으려고 하는 행동은 반헌법적”이라며 “내일 전국위원회에서 이것을 가지고 투표한다. 헌법과 당헌·당규를 헌신짝처럼 여기는 집단이 앞으로 누구를 비판하겠느냐”고 꼬집었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를 직격하면서 윤 대통령도 에둘러 비판했다.
윤 대통령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당대표가 내부 총질한다’는 취지의 메시지가 공개되던 당시 이 전 대표는 “그 섬(여의도)에서는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뒤에서는 정상배들에게서 개고기를 받아와서 판다”고 응수한 바 있다. 이에 친윤계 의원들 중심으로 비판이 쏟아진 바 있다.
이 전 대표는 이때 일을 거론하며 “양두구육에 길길이 날뛰는 사람들은 공부할 만큼 했는데도 지성이 빈곤한 것이겠냐, 아니면 각하가 방귀를 뀌는 때에 맞춰서 시원하시겠다고 심기 경호하는 사람들이겠냐”며 “법원도 문제없는 표현이라고 적시한 마당에 지시를 받았다면 사리 분별이 안되는 것이고, 지시도 없었는데 호들갑을 떤 것이라면 영혼이 없으므로 (국회의원) 배지를 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