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베를린국제가전박람회(IFA 2022)’에서 글로벌 가전 기업들이 ‘초연결’을 주제로 최신 기술을 선보였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사의 스마트홈 플랫폼의 ‘우월성’을 과시하며 전시 기간 내내 은근한 ‘신경전’을 벌였다. 가전 기업 간 연결성을 높이는 것이 시대적 흐름이라는 점에 대해선 두 회사 모두 동의한다. 하지만 각 사는 자사의 스마트홈 플랫폼이 더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대 가전 기업으로서 스마트홈 플랫폼 시장의 우위를 점하려는 ‘선의의 경쟁’이 펼쳐질지 업계의 관심이 모인다.
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22에서 삼성전자는 ‘스마트싱스’를 핵심 미래 먹거리로 앞세웠다. 전시장 건물(씨티큐브 베를린) 옥외 광고판에 스마트싱스라는 단어를 크게 내걸었다.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이 자사 제품을 설명하면서 ‘기기 간 연결성’을 기능 중 일부로 설명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삼성전자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했기 때문에 스마트홈 플랫폼 시장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에서 스마트싱스 앱을 조작하면 삼성전자 가전제품 외에도 200곳 이상 기업의 3000여개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작동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디바이스경험) 부문장(부회장)은 “현재 전 세계 스마트싱스 앱 가입자 수는 2억3000만명 수준인데 5년 내 2배 이상 늘어난 5억명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가입자 수가 늘어나면 이들이 사용하는 가전제품의 수도 많아진다. 이는 스마트홈 플랫폼으로 삼성전자의 스마트싱스를 선택할 가능성을 높인다. 전 세계 스마트홈 시장의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한 부회장은 “글로벌하게 다양한 제품을 보유하고 있는 곳은 삼성전자다. 다양한 제품을 보유한다는 것은 연결이 이뤄졌을 때 더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기술과 경험을 사용자들에게 줄 수 있다”며 경쟁사(LG전자)보다 우위가 있다고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반면 LG전자는 지속적인 업그레이드가 이뤄지고, 그 과정에서 제품의 개인화가 달성된다는 측면에서 스마트싱스보다 LG 씽큐가 더 많은 장점이 있다고 맞섰다. 연결성뿐 아니라 ‘기능성’이 지속해서 향상되는 경험이 스마트홈 플랫폼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입맛을 맞출 것이라는 판단이다.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부사장)은 “‘모수’가 많으니 경쟁사(삼성전자)의 스마트홈 플랫폼(스마트싱스)을 많이 사용할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LG 씽큐는 LG전자의 가전제품 기능이 지속해서 업그레이드되는 경험을 준다. 차별화된 기능을 쓰려는 고객은 LG 씽큐를 자연스럽게 선택할 것이다. 전체 스마트홈 플랫폼 시장에서도 밀리지 않는 방법은 ‘차별화된 기능을 얼마나 많이 제공하는가’다”라고 말했다.
LG전자는 HCA에서 삼성전자와 동등한 의장사 지위를 가지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HCA는 사물인터넷(IoT) 환경에서 대형가전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사항들에 집중하기 위해 지난 1월 설립된 비영리조직이다. 삼성전자가 설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LG전자는 지난달 합류했다. 이와 관련해 LG전자 관계자는 “의장사로서 삼성전자와 스마트홈 생태계가 확장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회사가 신경전을 벌이는 사이 IFA 2022에서 독일 프리미엄 가전 기업 밀레는 ‘독자노선’을 내세웠다. 기기간 연결성 뿐 아니라 클라우드 기술을 이용한 아마존, 구글, 마젠타(Magenta), 스마피(Smappee) 등 제3자 스마트홈 플랫폼과의 확장성을 추구하겠다는 전략이다. 피터 휘빙거 스마트홈 사업부 수석 부사장은 “다양한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스마트홈 기능을 통해 소비자들이 더욱 친환경적인 옵션을 선택할 수 있도록 안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