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원화 가치, 31개 주요 통화 중 8번째로 많이 하락

입력 2022-09-04 14:43

올해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주요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더 많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블룸버그가 주요 통화 31개의 달러화 대비 등락률을 집계한 결과 원화 가치는 올해 들어 지난 2일까지 12.75% 떨어져 낙폭이 8번째로 컸다. 원·달러 환율은 세계적인 달러 강세의 영향에 무역수지 적자, 경기 우려까지 겹치며 약세를 보였다.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서자 국제 자본은 금리가 높은 달러 자산으로 옮겨 타며 주요 통화도 부진한 모습이다. 주요 통화 가운데 터키 리라화(-26.87%)와 아르헨티나 페소화(-26.17%)가 나란히 20%대 하락률을 기록하며 올해 통화가치가 폭락했다. 그 뒤로 헝가리 포린트화(-19.68%), 일본 엔화(-17.92%), 스웨덴 크로나화(-16.04%), 영국 파운드화(-14.95%), 폴란드 즈워티화(-14.94%) 등의 순으로 하락률이 높았다.

터키와 아르헨티나는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으로 경제위기 상태에 있고, 헝가리와 폴란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위기로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 이들 국가를 제외하면 원화는 선진국 가운데 일본, 스웨덴, 영국 다음 4번째로 하락 폭이 크다.

엔화는 일본은행이 전 세계적 긴축기조와 반대로 통화부양책을 고수하고 있는 탓에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스웨덴은 미국 금리 인상 여파로 주택시장이 흔들리면서 크로나화의 가치도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은 경기침체 진입과 역대 최악의 물가 상승세가 맞물려 통화가치가 흔들리고 있다.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올해 들어 달러화 대비 23.23%나 올라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루블화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의 제재로 급락했으나, 원유 수출 등에 힘입어 가치를 회복했다.

사실상 ‘환율전쟁’이 시작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은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에 맞춰 앞다퉈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다. 블룸버그는 “인플레이션 시대를 맞아 전 세계 중앙은행이 본격적인 환율 전쟁에 돌입했다”고 분석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