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계 위대한 전설 세리나, 눈물의 라스트 댄스

입력 2022-09-04 14:11

테니스계의 ‘살아있는 전설’ 세리나 윌리엄스(41·미국·세계 랭킹605위)가 마지막 승부인 US오픈 3회전에서 탈락하면서 위대했던 테니스 선수로서의 여정을 마쳤다. 윌리엄스가 ‘라스트댄스’를 마치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자 전세계의 찬사가 쏟아졌다.



윌리엄스는 3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의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서 열린 여자 단식 3회전에서 아일라 톰리아노비치(호주·46위)에게 세트 스코어 1대 2(5-7, 7-6<7-4>, 1-6)로 패배했다.

2만여명 관중들의 일방적 응원 속에서 치러진 경기에서 윌리엄스는 1세트를 5-7로 내줬으나 2세트를 가까스로 가져왔다. 윌리엄스는 2세트에서 게임스코어 4-0으로 앞서다가 5-5로 따라잡혔다. 타이브레이크에서도 4-1로 앞서다가 4-4 동점을 허용하는 등 고전 끝에 2세트를 따내면서, 승부를 마지막 3세트로 넘겼다. 윌리엄스는 3세트에서 톰리아노비치의 첫 서브 게임을 잡아냈지만 이후 내리 6게임을 내주며 패배했다. 3시간 5분의 대접전이었다.

윌리엄스는 지난 1일 여자 단식 2회전에서 우승 후보였던 아네트 콘타베이트(에스토니아·랭킹 2위)를 물리치면서 극적인 우승을 기대하게 했지만, 이날 톰리아노비치의 벽은 넘지 못했다.


윌리엄스는 경기 뒤 인터뷰에서 테니스 복귀 가능성에 대해 “그럴 것 같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모르는 일”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하지만 윌리엄스의 은퇴는 기정사실화된 상태다. 인터뷰 내내 가족과 팬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눈물을 흘리던 윌리엄스는 “이건 행복한 눈물”이라고 했다. 전광판에는 “Greatest Of All Time(역대 최고)”라는 문구가 적혔고, 관중들은 기립해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윌리엄스는 1999년 US오픈에서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했다. 흑인 선수로는 41년 만의 US오픈 우승이었다. 윌리엄스는 1999년 US오픈을 시작으로 2017년 호주오픈까지 총 23차례 메이저 우승을 차지해 이 부문 역대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윌리엄스는 2017년 호주오픈 단식 우승 직후 임신 사실을 공개하고 그해 가을에 딸을 낳았다. 2018년 코트로 돌아왔고, 메이저 대회 단식 결승에 네 차례 올랐지만 모두 준우승했다.

또 윌리엄스는 2012년 런던 올림픽 단·복식 2관왕, 2000년 시드니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복식 금메달 등 총 4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리나와 언니 비너스 윌리엄스 자매는 테니스계의 한 시대를 지배했다. 세리나는 인터뷰에서 경기장을 찾은 언니를 향해 “비너스가 없었다면 세리나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고마워 언니, 언니는 내가 존재하는 유일한 이유”라고 했다.


윌리엄스의 경기 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소셜미디어에 “당신은 정말 코트 안팎에서 위대한 존재였다”며 “우리 모두의 꿈을 추구하도록 영감을 준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사랑하는 동생!”이라고 적었다. 우즈는 지난 1일 윌리엄스의 경기를 직접 찾아 응원하기도 했다.

미국 프로농구(NBA)의 슈퍼스타 르브론 제임스도 “당신이 스포츠와 여성 분야에 미친 영향은 그야말로 엄청났다. 당신의 그런 여정을 지켜볼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했고,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도 “당신은 가장 위대한 운동선수 가운데 한 명”이라고 했다.

이밖에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 등이 직접 경기장을 찾아 윌리엄스의 마지막 대회를 지켜보기도 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