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적인 대마 재배 허가를 받고난 뒤 당국의 감시가 허술한 틈을 타 대마초를 불법 거래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대마를 키워 불법 매매한 일당과 구매·흡연자 등 모두 17명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은 이중 대마를 재배한 30대 A씨와 판매책인 50대 B씨 등 2명을 구속하고 대마초 29.3kg(시가 29억원 상당)을 압수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대마 압수량(49.4kg)의 절반 이상으로, 9만7000명이 동시에 흡연할 수 있는 양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또 재배 중인 대마 691주도 함께 압수했다. 최소 10kg 이상의 대마초를 취득할 수 있는 양이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대마 종자 채취 명목으로 감독관청의 허가를 받아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6월까지 경북의 한 야산 3006㎡ 규모의 대지에서 대마를 재배했다. 현행법상 대마는 종자나 섬유 채취 목적이라면 시장·군수·구청장 등의 허가를 받아 재배가 가능하다. 다만 파종기인 5월과 수확기인 11월 한 차례씩 재배면적과 생산 현황, 수량 등을 보고해야 하며 종자와 뿌리, 성숙한 줄기를 제외한 잎 등은 공무원 참관 아래 폐기하게 돼 있다.
A씨는 감독관청이 연간 두 차례 점검만으로는 실제 대마 재배량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허점을 노려 폐기 참관을 담당하는 공무원이 오기 전에 미리 대마잎 30여㎏을 미리 수확해 숨긴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이어 B씨에게 “대마초를 제조·유통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며 판매 역할을 하도록 유인했다. 대마 재배지에서 일하던 주부 2명도 범행에 가담했다.
이들은 수확한 대마를 말려 소분한 뒤 트위터·텔레그램 등에 대마초를 판다는 글을 올렸다. 1㎏가량의 대마가 수도권 일대로 팔려나갔다고 한다. 이들은 시장 반응을 살피는 차원에서 전자담배용 액상 대마 카트리지를 제조해 대마 매수자에게 공짜로 제공하기도 했다.
경찰은 대마초 흡연자들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직접 재배한 대마초를 유통하는 일당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를 벌여 지난 6∼7월 A씨 일당을 적발했다. 강선봉 서울청 마약수사2계장은 “대마초는 실내 비닐하우스나 빌라에서 은밀히 재배하고 판매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 사건의 경우 합법적으로 허가받은 재배 대마를 유통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대마 재배 허가 뒤의 관리·감독시스템이 허술하다고 판단, 주무관청인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도 개선을 요청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