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혁신기술’로 유럽 가전 시장 달군 삼성·LG

입력 2022-09-03 21:51
지난 2일(현지시간)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인 ‘베를린국제가전박람회(IFA 2022)’가 열린 독일 베를린 메세 베를린 모습. 전성필 기자

3년 만에 현장 행사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베를린국제가전박람회(IFA 2022)’에서 글로벌 가전 기업들의 ‘기술 각축전’이 펼쳐졌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대 규모의 전시장을 운영하며 ‘초연결 사회’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LG전자는 ‘혁신기술’을 적용한 신제품 가전들로 방문객들의 흥미를 자아냈다.

3일(현지시간) 둘째 날을 맞이한 IFA 2022에는 전 세계 45개국에서 110여개 기업이 참여해 전시관을 운영했다. 코로나19로 인해 3년 만에 열리는 현장 행사인 만큼 전날 개막 첫날에 이어 둘째 날에도 많은 관람객이 전시회를 찾았다. 기업 임직원 등 가전 업계 관계자뿐 아니라 학생들과 일반 가족 관람객까지 전시장 곳곳을 둘러봤다. 전 세계 가전, 홈엔터테인먼트, 오디오, 통신, 컴퓨팅, 게이밍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은 각 전시관에서 홍보뿐 아니라 실제 거래로 성사시키기 위한 홍보전에 나섰다.

IFA 2022에서 관람객들이 가장 많이 몰린 전시장은 단연 삼성전자와 LG전자였다. 각각 북쪽과 남쪽에 대규모 부스가 배치돼 IFA 2022 관람객을 가장 처음 맞이했다. 전시회의 시작과 끝을 동시에 책임지는 느낌이었다.

최대 규모 부스 찾은 사람들 연결한 삼성

삼성전자는 1만72㎡ 크기의 전시·상담 공간을 ‘스마트싱스 라이프를 경험하라’라는 주제에 맞게 관람객과의 상호작용에 집중했다. 전시장 입구에 대형 LED 스크린으로 만든 터널에서 방문객들은 화면을 터치하며 이번 IFA 2022에 참가한 삼성전자의 지향점을 확인했다. 스마트홈을 이용한 ‘초연결 사회’를 실현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삼성전자는 제품 간 연결성을 강조했다. 전체 7개의 주거공간을 꾸민 뒤 공간별로 어떻게 기기 간 연결이 가능한지 시연했다. 전시장 중에서는 필립스의 스마트 LED 조명인 ‘필립스 휴’와 삼성전자의 스마트홈 플랫폼 앱 스마트싱스가 협업 결과물로 담겼다. 스마트싱스를 통해 음악을 재생하면 필립스 휴의 색이 자동으로 바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음악의 분위기에 따라 공간의 색을 달리해줘 색다른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IFA 2022 전시장 내에 설치된 게이밍 모니터 '오디세이 아크' 전시관 모습. 전성필 기자

삼성전자는 연결성이 친환경으로 이어진다는 가치도 강조했다. ‘넷 제로 홈’ 공간에서는 전기료 0원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 태양광 패널 활용법을 전시했다. ‘지속 가능성’을 주제로 구성한 공간에서는 친환경 소재로 만든 큐브로 삼성전자의 탄소 절감 노력을 담은 콘텐츠를 확인할 수 있었다. 친환경 액세서리인 ‘에코 프렌즈’도 관람객들이 장시간 머물며 흥미를 보이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TV 시장 1위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 다양한 TV 라인업도 선보였다. 마이크로 LED, 네오 QLED와 함께 올레드(OLED) TV도 전시됐다. 삼성전자가 OLED TV를 내놓은 것은 9년 만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제품 라인업을 최대화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신제품은 LG”…혁신 제품으로 전시장 가득 채워

LG전자는 3610㎡ 규모의 단독 전시장을 다양한 신제품으로 채웠다. 핵심 기술을 적용한 제품으로 수요 절벽을 맞이한 가전 시장 불황을 탈출하겠다는 포석이다. 전시장에 처음 발을 들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초대형 올레드 TV다. LG전자는 이번 전시에 세계 최대 97형 올레드 에보 갤러리 에디션을 처음 공개하고 전면에 내걸었다. 관람객들은 대형 TV를 멍하니 바라보며 신제품의 향상된 화질에 감탄사를 보냈다.

만지는 것만으로 색상을 바꿀 수 있는 냉장고 ‘LG 디오스 오브제컬렉션 무드업’도 처음으로 공개되면서 관람객들의 큰 관심을 얻었다. 관람객들은 직접 LG 씽큐 앱을 통해 개인 취향이나 기분에 따라 색상을 조합해 변경해봤다. 색이 실시간으로 변하는 모습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담는 관람객도 있었다.

신개념 신발 관리 가전 ‘LG 스타일러 슈케이스·슈케어’도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슈케이스의 경우 신발을 관리하는 기능뿐 아니라 전시하는 기능도 담겼다. 은은한 조명 아래서 신발이 제자리에서 회전하는 모습은 마치 한정판 신발 전시장을 온 듯한 느낌을 줬다.

‘플렉스 아케이드’ 존은 화면을 구부렸다 펼 수 있는 벤더블(Bendable) 올레드 TV ‘플렉스’(FLEX)로 게임을 즐기기 위한 관람객으로 가득 찼다. LG전자 관계자는 “게임 몰입도를 높이려는 게이머를 위한 제품인 만큼 관람객들도 몰입해 전시를 즐겼다”고 전했다.
LG전자는 IFA 2022에서 백화점 부티크 진열장처럼 신발을 보관할 수 있는 LG 스타일러 슈케이스를 처음 공개했다. LG전자 전시장에 진열된 슈케이스 모습. 전성필 기자


‘K-기술’ 시연의 장 된 IFA 2022

국내 스타트업 기업들도 ‘넥스트’ 관에 대거 자리를 잡고 고객 잡기에 나섰다. 이곳에는 혁신적인 제품·솔루션·기술 등을 보여줄 수 있는 설립 3~4년 이하의 스타트업만 심사를 통해 참가할 수 있다. IFA 2022에는 한국 기업이 52개사 참가해 1위를 기록했다. 개최국인 독일(38개)보다 많은 기업이 참가했다.

브이터치(Vtouch)는 세계 최초 비접촉식 터치 기술인 가상 터치 기술을 선보였다. AI와 3D 카메라의 도움을 받아 사용자는 제어판을 터치할 필요 없이 단순히 가리키는 것을 통해 이를 작동시킬 수 있는 기술이다. 가령 리모컨이 없어도 손을 휘두르면 TV 채널을 바꿀 수 있다.

가상인간 제작 업체인 라이언로켓은 AI로 가상 캐릭터를 바로 만들어주는 ‘베리미’ 앱을 IFA에서 처음 공개했다. 베리미 앱에 접속한 뒤 자신의 얼굴을 촬영하면 베리미 서버 내 얼굴 데이터와 합성된 다양한 버전의 가상 얼굴을 만들 수 있다. 아티젠스페이스(ArtygenSpace)는 종이 기반의 AR 책인 ‘인터랙티브 북 시리즈’를 전시했다. 책 속 등장인물과 그림에 AR 기술로 넣어 현실감 있게 독서를 할 수 있다.

이한범 한국정보통신기술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국내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들이 우수한 기술을 개발하고도 코로나19 사태로 해외 홍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IFA 2022 참가로 유럽 지역에 수출의 길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베를린=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