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부터 전국 물폭탄 예고… ‘힌남노’ 세력 키우며 북상

입력 2022-09-03 13:50 수정 2022-09-03 16:15
3일 오후 1시 기준 천리안위성2A로 바라본 한반도 주변 태풍 '힌남도' 상태. 기상청 홈페이지 캡처

역대급 피해를 입혔던 태풍 ‘매미’ 수준 이상 강할 것으로 보이는 태풍 힌남노가 오는 6일 오전 부산 지역에 상륙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5일부터 전국에 강풍을 동반한 폭우가 쏟아질 전망이다.

‘매미’급 이상…6일 오전 부산 남서쪽, 상륙 예상
기상청은 3일 오전 10시 예보와 오전 11시 브리핑에서 제 11호 태풍 힌남노가 오는 6일 오전 9시 부산 남서쪽 70㎞ 부근에 상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륙 시점 힌남노 중심기압과 최대풍속은 각각 950hPa(헥토파스칼)과 43㎧일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2003년 ‘매미’가 상륙했을 때 중심기압 최저치(954.0hPa)보다 낮은 것이다.

태풍은 중심기압이 낮을수록 주변 공기를 빨아들이는 힘이 강해 세력이 세기 때문에 950hPa로 예상되는 힌남노의 강도는 더욱 강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힌남노는 대만 타이베이 남동쪽 390㎞ 해상에서 정체를 마치고 북진을 시작한 것으로 평가됐다.

현재 중심기압과 최대풍속은 940hPa와 47㎧이며, 이동속도는 시속 8㎞로 사람이 빠르게 걷는 수준이다.

5일 오전 북위 30도선을 넘으면서 이동 방향을 북동진 쪽으로 틀어 이날 오전 9시 제주 서귀포시 남남서쪽 480㎞ 해상에 이르고 이후 북동진을 거듭해 국내에 상륙할 전망이다.

제주는 6일 새벽에, 경남해안은 6일 아침과 오전 사이 힌남노가 가장 가까이 지나가리라 예상된다.

힌남노의 예상 경로는 ‘북진하다가 북동진해 우리나라 쪽으로 온다’는 게 각국 기상청과 여러 수치예보모델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다만 수치예보모델 간, 특정 수치예보모델이 내놓은 여러 예상경로 간 편차가 우리나라를 덮을 정도로 넓다. 북동진 후 힌남노 경로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줄 북태평양고기압 확장 정도에 대한 예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 예상보다 서쪽으로 상륙하는 것이 ‘최악의 시나리오’인데, 대한해협 쪽으로 다소 빠져나갈 가능성도 아직은 남아 있다.

북진하며 세력 키워…5~6일 전국 물폭탄·강풍
태풍 '힌남노' 북상 중인 가운데 지난 2일 제주 서귀포시 하효항 주변 해안가에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연합뉴스

무엇보다 힌남노는 올해 발생한 다른 태풍과 다르게 북진하면서 세력을 키울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힌남노가 지날 바다 열용량은 태풍을 발달시키기 충분한 수준보다 20%나 많다. 현재 대기 중에 힌남노 성장을 방해할 요소도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 같은 힌남노 영향은 이미 제주에서부터 시작된 상태다.

제주와 남해안은 지난 1일부터 비가 내리고 있다. 제주 남동부는 1일 이후 누적 강수량이 150㎜ 내외에 달한다.

충청과 수도권·강원영서에서도 이날 오전과 밤부터 비가 오는 곳이 나오고, 일요일인 4일에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 비가 내리겠다.

5일부터는 전국이 대체로 힌남노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서면서 강풍과 많은 비가 예상된다.

이광연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5일 이전까지는 힌남노와 북태평양고기압이 끌어올린 남쪽 고온다습한 공기가 북쪽에서 내려온 차가운 공기와 충돌하면서 비가 내렸다면 5일 이후엔 힌남노 영향으로 강풍과 많은 비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3일부터 6일까지 전국에 100~300㎜의 비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제주산지에 비가 많이 오는 곳은 누적 강수량이 600㎜를 넘기도 하겠다.

산지를 제외한 제주와 남해안, 경상동해안, 지리산 부근에도 3~6일 400㎜ 넘는 비가 내릴 수 있겠다.

강수 강도는 지난달 집중호우 때와 맞먹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와 남해안에는 3~4일 비가 시간당 30~50㎜씩 내릴 때가 있겠다. 힌남노가 가깝게 지나는 제주는 5일부터 시간당 강수량이 ‘50~100㎜ 이상’에 달할 때도 있을 전망이다.

5일 수도권·강원영서중부·강원영서북부·충남북부에도 비가 시간당 50~100㎜ 내릴 것으로 예상됐다.

6일에는 제주뿐 아니라 전국에 비가 시간당 ‘50~100㎜ 이상’ 퍼부을 전망이다.

기차를 탈선 시킬 정도의 강풍도 예상된다.

5~6일 순간최대풍속 예상치는 제주·전남남해안·경남해안 50~60㎧, 경북동해안·강원영동·전남서해안·울릉도·독도 30~40㎧, 그외 남부지방과 충청 20~30㎧, 수도권과 강원영서 15㎧ 내외다.

통상 35㎧면 기차를 탈선시킬 정도, 40㎧이면 사람이나 커다란 바위가 날아갈 정도, 50㎧이면 건물을 붕괴시킬 정도를 말한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오전 10시를 기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1단계로 가동하고 태풍·호우 위기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로 상향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힌남노 대응과 관련해 최고 단계로 선제적 대응조치를 할 것을 지시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