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살며 반평생 기부했는데… “하루 2번 화재라니”

입력 2022-09-03 08:34 수정 2022-09-03 09:56
2일 낮 12시37분쯤 인천시 서구 마전동의 한 식자재마트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인천소방본부 제공

월세에 살면서 반평생 동안 이웃을 위해 꾸준히 기부하며 선행을 베풀어 온 식자재마트 사장의 가게에 하루 2차례 불이 나 주변 이웃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3일 인천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오후 12시37분쯤 윤기세(63)씨가 운영하는 인천시 서구 마전동 드림 식자재마트에서 불이 났다. 소방당국이 인원 100여명과 차량 30여대를 동원해 진화 작업을 벌인 끝에 5시간 만에 화재를 진압했다.

이 화재로 마트 매장 시설물 대부분과 식료품 등이 탔고, 소방서 추산 7700여만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또 인근 점포 관계자인 50대 여성이 물건 정리 중 오른쪽 손바닥에 화상을 입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소방 관계자는 “샌드위치 패널 구조로 돼 있고 (추석을 앞둔) 대목이라 물건이 평소보다 많아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2일 낮 12시37분쯤 인천시 서구 마전동의 한 식자재마트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화재는 이게 처음이 아니었다. 앞서 이 마트에선 같은 날 새벽에도 불이 났다가 1시간여 만에 진화됐다. 윤씨는 2차 화재 지점인 매장 2층 창고가 처음 불이 난 곳 위에 있다며 재발화가 일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윤씨의 오랜 선행을 아는 이웃들은 하루 2차례 덮인 화재 소식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윤씨는 1990년쯤부터 기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동사무소에 수시로 쌀을 전달했고, 동사무소 추천을 받아 생활 형편이 어려운 이웃을 정기 후원해왔다. 2016년 7월 마트 운영을 시작한 뒤에는 기부금을 대폭 늘려 직접 후원이 필요한 기관을 수소문했고, 지역 장애인복지관을 찾아가 매달 50만원씩 기부했다.

2012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는 본인 소유의 집 없이 월 90만∼100만원을 주고 아파트에 살면서 월세보다 훨씬 많은 돈을 기부해왔다.

윤씨는 2017년 6월 서구청의 소개로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으로 가입했다. 또 굿네이버스에 1000만원 이상을 후원하기로 하면서 ‘네이버스 클럽’에도 등재됐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