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글로벌 친환경 이니셔티브인 ‘RE100’ 가입을 공식화했다. 조만간 삼성전자 친환경 목표를 담은 실천 전략을 발표한다. 국내 4대 기업 중 RE100 가입을 선언하지 않은 기업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기후 변화가 실질적인 위험으로 다가오는 상황에다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경영의 필수적인 가치로 친환경이 떠오르면서 본격적인 탄소중립 행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부문장)은 지난 1일(현지시간) ‘베를린국제가전박람회(IFA 2022)’가 열리는 독일 베를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RE100 등 지속 가능 경영 관련 장기 전략을 조만간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부회장은 “친환경은 기업경영의 필수적인 가치가 됐다. 삼성전자 전체 차원의 큰 비전 발표를 조만간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2분기 실적발표 당시에도 “현재 기후변화 대응을 포함한 포괄적 중장기 환경경영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조만간 세부 계획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었다.
RE100은 기업에서 쓰는 전력 전체를 풍력,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목표를 설정한 국제 이니셔티브다. 가입 대상은 연간 100GWh(기가와트시) 이상의 전력을 소비하는 기업이다. 현재까지 구글, 애플 등 370여개 글로벌 기업이 가입했다. 국내에서도 SK텔레콤, KT 등 20여개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자는 아직 RE100 가입 선언을 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지속 가능한 실천 전략이 없는 상황에서 섣부르게 RE100 가입을 선언할 경우 흐름에만 편승한 ‘공수표’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한다.
한 부회장은 “지금까지 친환경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관련해 발표하지 않았었다. ‘그린 워싱(위장 친환경)’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실천 가능하고 뚜렷한 목표를 밝히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고객이 삼성전자의 제품을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지구 환경을 지키는 실천이 될 수 있도록 제품의 성능과 서비스, 친환경 기술에 있어서도 중단 없는 혁신을 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내 인프라 부족은 삼성전자도 헤쳐나가야 할 과제다. 반도체 생산시설 등 대규모 전력을 상시로 사용해야 하는 사업 특성상 재생에너지만으로 전력량을 충당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재생에너지의 경우 간헐성, 불확실성으로 인해 활용성에 한계가 있다. 신재생에너지 설비 중 73%를 차지하는 태양광 발전의 경우 날씨, 기후 등 영향을 받기 쉬운 탓에 유휴 발전이 어렵다.
한국전력 전력통계속보에 따르면 국내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는 양은 올해 1∼7월 기준 2만5742GWh다. 전체 발전량 중 7.7%에 불과했다. 차지했다. 올해 7월까지 국내 발전량 비중은 석탄(33.3%), LNG(30.4%), 원전(26.9%), 재생에너지 등 순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화력 발전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부회장은 “삼성전자는 생산부터 폐기에 이르는 전 영역에 걸쳐 다양한 시도를 추진 중이다. 핵심부품 효율 통한 저전력, 폐어망 재활용 소재를 적용한 스마트폼, 솔라셀 리모콘, 업사이클링 가능한 에코패키지, 미세플라스틱 저감하는 세탁기, AI 제어기술 통한 고효율 에어컨, 디지털인버터컨프레셔 모터 평생 보증 등 그 어느 곳보다 친환경 기술을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를린=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