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저 1시에 시험봐요.”
“아빠 준비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자녀 입시비리 의혹 재판에서 조 전 장관 부부가 아들의 해외 대학교 시험을 대신 응시한 구체적인 정황이 공개됐다.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1부(재판장 마성영) 심리로 열린 조 전 장관 재판에서 재판부는 검찰 측이 업무방해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제출한 증거 조사를 실시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 부부가 아들 조모씨의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재학 중 과제 대필 및 온라인 시험을 대신 응시해 대학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재판에서 공개한 증거에 따르면 정 전 교수는 지난 2016년 9월 가족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이(아들 이름) 퀴즈 시작하자”라고 한 뒤 역사학 관련 과목의 객관식 시험 문제 답안을 올렸다.
조씨는 이 답안을 입력해 시험에서 만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씨는 또 2016년 10월과 12월 온라인 시험 일정을 가족에게 미리 공유하기도 했다.
조씨가 가족 채팅방에 “아빠 한국기준 화요일에 시간되세요”라고 했고, 조 전 장관은 “대기하고 있으마”, 정 전 교수는 “나도”라고 답했다.
정 전 교수는 조씨가 알려준 시험 시간이 임박하자 “엄마 컴퓨터 앞에 앉았다”라고 답했다.
조 전 장관은 “아빠 저 1시에 시험봐요”라는 조씨의 메시지를 받은 후 “아빠 준비됐다. 나는 아래에서 위로, 너는 위에서 아래로, 당신은 마음대로”라고 답하기도 했다.
조씨가 시험 시작을 알리자 조 전 장관은 “문제 이멜(이메일)로 보내주길”이라고 했고 조씨는 문제를 사진으로 찍어 전송했다.
이어 조 전 장관과 정 전 교수는 각자 문제를 풀어 채팅방에 정답을 올렸다.
검찰은 “가족끼리 정답이 뭔지 서로 갑론을박을 벌이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며 “이 시험에서 조씨는 90점이라는 고득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재판에서는 조 전 장관 부부가 조씨의 과제를 대리 작성한 정황도 공개됐다.
정 전 교수는 조씨가 계속 안 좋은 성적을 받자 꾸중하면서 “이제부터 밤새서 너 페이퍼 쓸 거야”라고 했고 조씨는 정 전 교수가 작성한 과제를 제출했다.
정 전 교수는 이후 조씨에게 “No worries(걱정하지마). 너 지금 페이퍼에서 엄청 점수 따고 있어”라며 자신이 작성한 과제물을 언급하기도 했다.
검찰은 “조지워싱턴대 학문 윤리 규정에는 ‘정직하고 진실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하고 있다”며 “대학의 한 교수는 ‘이런 방식으로 시험 본 것이 발각됐다면 0점 처리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피고인들의 부정행위는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조 전 장관 측은 앞서 대리시험 의혹과 관련해 “아들이 2011년 학교폭력 후유증으로 여러 케어 필요성이 있었다”며 “당시 특수성에서 이뤄졌던 대응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것처럼 일반화됐다”고 반박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