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얼굴 없는 화가 뱅크시의 벽화가 담긴 건물이 경매로 나온다. 예상 낙찰가는 최대 3000만달러(우리 돈 400억원)에 이른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은 1일(현지시간) 뱅크시의 벽화 ‘그네를 타는 소녀(Girl on a Swing)’가 그려진 건물이 오는 10월 경매에 나온다고 보도했다.
‘그네를 타는 소녀’는 뱅크시가 이미 벽면에 존재하던 문구를 활용한 작품 중 하나로, 2010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남브로드웨이 908-910에 있는 건물 벽면에 그린 것이다.
뱅크시는 주차를 뜻하는 영어 단어 ‘PARKING’ 중 ‘ING’를 지워 ‘PARK(공원)’로 만들고 알파벳 글자 A 아래에 그네를 타는 소녀를 그렸다. 이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장소가 부족한 현실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건물의 소유주인 알폰소 캄포스와 타리나 타란티노는 뱅크시가 벽화를 그리기 전인 2007년 해당 건물을 400만달러(약 54억원)에 매입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재정 상황이 악화하자 벽화가 그려진 건물을 경매에 내놓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건물주 캄포스는 뉴욕타임스에 “이 경매는 전형적인 부동산 거래라고는 할 수 없다”며 “우리는 뱅크시 작품의 미적 가치가 건물의 가치를 충분히 올려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건물이 “뱅크시의 벽화가 없어도 1600만달러(약 214억원)에 달한다고 본다”며 “뱅크시의 벽화가 포함된다면 최대 두 배인 3000만 달러까지 오를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당초 뱅크시의 벽화만 따로 떼어내서 경매에 부치는 방법도 고려됐지만,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미술품 딜러 제프리 디치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뱅크시의 벽화와 건물을 분리하는 것은 끔찍한 생각”이라며 “벽화는 상업적 가치를 가지고 재판매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이는 예술가의 의도와 크게 어긋난다”고 말했다.
홀리 던랩 전 소더비 개인 경매 책임자 역시 “뱅크시의 벽화는 벽돌 무더기 위에 있을 때보다 건물 위에 함께 있을 때 훨씬 가치가 있다”며 “그 건물을 사지 않고는 뱅크시를 소유할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평했다.
이번 경매 입찰은 10월 6일까지다.
영국의 ‘얼굴 없는 화가’로 유명한 뱅크시는 1990년대 이후 끊임없는 작품 활동을 해왔다. 주로 도시의 거리나 벽 등에 ‘그라피티’ 형식으로 사회 변혁 메시지를 담은 그림을 남겨왔다.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작품으로는 ‘풍선과 소녀’ ‘꽃다발을 던지는 남자’ 등이 있다.
서민철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