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가 좋아해서 그냥 두긴 했는데, 당연히 수질 이런 게 걱정이 되죠. ‘서울시가 알아서 잘하겠지’ 믿는 수밖에 없죠. 뭐”
어린이들이 뛰노는 서울 광화문광장의 바닥분수 앞. 아이를 데리고 나들이를 나온 어머니 최미경(40대·가명)씨는 이미 물에 흠뻑 젖어버린 아이를 바라보며 이같이 말했다.
유난히 볕이 강했던 올여름은 코로나19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도심 속 ‘수경시설’들이 시민들의 숨통을 틔워줬다. 아이들의 단골 놀이터 ‘바닥분수’부터 물안개를 내뿜는 ‘쿨링 포크(냉각 안개)’, 시냇물을 흉내 낸 ‘계류시설’까지 모두 ‘열일’하며 도시의 열기를 식혔다.
하지만 맘 놓고 수경시설을 이용하자니 괜히 찝찝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행여 물이 깨끗하지 않을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특히 바닥분수 등 몇몇 시설은 어른보다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어 그 우려가 더욱 커진다.
부쩍 늘어난 도심 내 수경시설의 이모저모는 물론 수질에 대한 우려와 대책까지 국민일보가 알아봤다.
부쩍 늘어난 ‘수경시설’…“28도 넘으면 자동으로 켜져요”
서울 여의도 공원의 한 정자 앞. 갑자기 정자의 지붕에서 물안개가 쏟아져 나온다. 물안개를 내뿜어 증발열로 더위를 식히는 ‘쿨링포그’다. 더위에 지친 시민들은 물안개를 향해 손을 뻗어보기도 하고 정자 아래를 직접 통과해보기도 하며 땀을 식힌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가동이 중단돼왔던 수경시설이 전국적으로 재가동됐다. 이에 올여름은 가까운 공원에만 나가봐도 시원한 분수대에서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렇게 부쩍 늘어난 듯한 수경시설은 비단 기분 탓만은 아니다. 실제로 수경시설의 수도 크게 늘었다. 올해 7월 기준 전국의 물놀이 형 수경시설은 총 2214곳으로 2020년(1576곳)과 비교했을 때 1.5배 이상 증설됐다. 바닥분수 등 분수대가 1492곳(67%)으로 가장 많았고 물놀이장이 431곳(20%) 실개천 등 기타시설이 291곳(13%)이었다.
특히 최근에는 아파트 단지 등을 중심으로 민간 수경시설이 크게 늘면서 다양한 디자인의 수경시설도 종종 만나 볼 수 있다.
수경시설에 과학 기술이 도입돼 사람이 일일이 작동시키지 않아도 되는 수경시설도 등장했다. 수경시설에 장착된 센서가 자동으로 외부 온도를 감지해 일정 온도가 넘어가면 자동으로 물을 발사하는 덕분이다.
온도 감지 센서가 장착된 쿨링 포크가 운영되고 있는 여의도 공원의 관계자는 2일 “현재는 28도 이상으로 넘어가면 자동으로 켜지게 설정해뒀다”며 “올여름 시민들의 반응이 좋아 앞으로도 운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바닥분수만 보면 들어가려는 우리 아이…물 안전한 거 맞나요?”
하지만 수경시설에 대한 우려도 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물이 계속해서 재활용되는 건 아닌지 걱정되고, 물을 통해 쉽게 감염되는 눈병이나 각종 수인성 전염병에 대한 우려도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수경시설의 물은 수돗물이며, 매주 물을 교체하는 등 엄격히 관리되고 있어 맞아도 위해가 없다. 다만 물을 마시는 등의 행위는 위험할 수 있으므로 특히 아이들을 대상으로 이용 전 당부가 필요하다.
공공수역의 물 환경 전반을 관리하는 ‘물 환경보전법’에 따르면 수경시설은 운영 기간 중 ▲저류조 주 1회 이상 청소 ▲주 1회 이상 물 교체 ▲1일 1회 이상 여과기 통과 중 하나의 방식으로 관리해야 한다.
또 모든 수경시설은 15일마다 한 번씩 수질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수질 기준 항목은 수소이온농도(pH), 탁도, 대장균, 유리잔류염소 4가지다. 만일 검사 결과가 허용기준치를 넘으면 즉시 이용이 중지되고 운영자에게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개방이 중지됐던 시설은 수질 검사결과·오염 원인·재검사 결과 등을 작성해 담당 지자체에 제출해야 한다.
그렇다면 실제 검사 결과는 어떨까? 한 예로 서울광장 바닥분수, 서울식물원 등 서울·인천·경기 지역의 공공 수경시설을 관리하는 한강유역환경청 자체 점검 결과를 살폈다. 한강청에 신고된 42개 물놀이 형 수경시설 중 6곳이 관리기준 위반 등으로 적발됐다. 하지만 한강청은 적발된 곳 중 수질 자체에 문제가 있어 적발된 곳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점검 결과 적발된 6개 시설은 수질검사 주기 미준수, 일부 항목 검사 미실시, 저류조 청소 미실시 등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6곳 모두 대장균 등 수질 검사 기준은 충족했지만, 운영 과정에서 미흡함이 있었다는 지적이다. 6곳 모두 과태료 처분을 받고 지적 사항은 즉시 시정됐다.
이에 대해 한강청 측정분석과 최혜리 주무관은 “수경시설들이 코로나 때문에 몇 년 동안 가동을 안 하다가 4월에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급하게 인수인계가 잘 안 된 상태에서 개장한 곳이 많다”며 “그러다 보니 운영 과정에서 규정상 조금씩 어긋나는 게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최 주무관은 “수질에 문제가 없어서 넘어갈 수도 있는 부분이었지만 어린이들이 이용하는 시설이니 수질 문제를 더 꼼꼼하게 보려고 했다”며 “앞으로도 선례로 남을 수 있어 그 부분까지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사설 수경시설을 주로 담당하는 서울시 물순환안전국 백석현 주무관 역시 “최대한 안전하게 운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수경시설을 수질 기준에 따라 잘 관리하고 있고 사설 수경시설의 경우 하루에 한 번씩 물을 교체하는 곳도 많다. 시설이 워낙 많아 전체점검은 어렵더라도 직접 수질을 점검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도 이 같은 기준이 제대로 지켜지기만 하면 수경시설 안전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봤다. 수경시설 내 감염에 관한 연구를 발표한 바 있는 조영근 경성대학교 미생물학 교수는 “물이 재순환되는 바닥분수 같은 경우가 가장 큰 문제이겠지만 수질 검사 기준 아래로 수질 유지가 된다면 분변 등 오염에 따른 위해성은 크게 없다고 볼 수 있다”며 “또 2주 간격으로 조사하고 있으니 결과를 제대로 지킨다는 가정하에 건강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조 교수는 “그럼에도 면역력이 낮은 어린이들은 주의해야 한다”며 “특히 바닥분수에서 나오는 물을 마시는 아이들도 있는데 그런 행위는 말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물이 아이들 눈에 안 들어가도록 물놀이 전에 주의를 시키고 물놀이가 끝나면 손과 발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민철 인턴기자